송파에 대한 단상

in seoul •  7 years ago 

어릴적 집값에 대한 뉴스를 보다보면 항상 붙어있는 사진은 대치동 은마아파트 사진이었어요. 부동산 시세의 상징이었던 동네죠. 다 큰 오늘에 와서 보니 부동산 관련 뉴스에는 잠실 부동산 사진들이 즐비하네요. 그만큼 오늘날 송파의 위상을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
부동산의 흐름은 동쪽으로 흘러간다…라고 어릴적 듣곤 했습니다. 그 당시엔 무슨 뜻인지 몰랐는데, 압구정 현대 - 은마 - 잠실로 이어지는 흐름을보니 다음번도 동쪽이 되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드는군요. 그런데 다시 반포부터 재건축 단치들이 재부상하네요? 과연 다음번엔 어떤 동네가 부동산 이슈의 주인공이 될까나요?

갑자기 송파 이야기가 나온 이유는.. 자주 들렀던 카페에서 송파에 대한 재미있는 이야기가 나와서 옛 생각이 나더군요. 그냥 한번 썰을 풀어볼까 합니다.


햇수로 치면 송파로 이사온지 이제 25년을 바라보는군요. 올림픽이 끝나고 처음 이사왔을 당시 송파는 그린벨트로 둘러쌓인 청정지역(?)이었죠. 어느정도였느냐 하면… 서울의 변두리라서 교통도 별로 안 좋았고 겨울이 되면 그린벨트 지역에 물 뿌려 얼린다음 그 위에서 동네친구들과 스케이트를 타던 동네였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저 동네가 과거에 그랬어? 라고 놀랄 정도의 일이죠.

자연환경이 보존되었다고 하긴 좀 그렇지만, 최소한 빌딩들로 이루어진 숲은 없었던, 뭔가 차분했던 동네였어요. 아기자기한 사이즈의 잠실주공 아파트, 입장료를 받았던 올림픽공원, 그리고 뭔가 어울리지 않던 첨단시설(?) 롯데월드가 있었어요.

(국가 기록원을 보니 이런 자료도 있었군요. 잠실주공 아파트의 옛날 모습입니다)

재미있는것은 어릴적이라 부동산에 대한 개념이 없던 시절이었죠. 항상 고개를 돌려 강남구를 보면 눈에 들어오는 동네가 수서-일원-세곡이었습니다. 그런것을 보며 자란 제 머릿속엔 “강남구 = 전원주택마을”(?) 이라는 엉뚱한 생각이 있었네요.어떻게 보면 참 천진난만한 생각이었던 것 같습니다.

지금은 “신천"하면 유흥가죠. 제가 어렸을 적엔 한창 오락실이 유행하던 시기라(특히 펌프같은 체감형 게임들…) 신천으로 겁도없이 잘 놀러다녔습니다. 저한테 신천은 술이 있는 유흥가라기보다는 오락실이 많은 동네였어요. 친구들과 신나게 오락실에서 놀다가 배가 고프면 주위의 닭갈비 집에서 2900원짜리 야채볶음밥을 시켜먹거나 맥도날드에서 3000원짜리 햄버거를 먹었던 기억도 나는군요.

최초의 도시계획이 무엇이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어느순간부터 송파에 이것저것이 들어오기 시작하더라고요. 제일 처음 인상에 깊었던 것이 바로 3호선 연장인 수서역이었습니다. 드디어 집 옆에도 지하철이 들어와서 서울 여기저기를 쉽게 갈 수 있다는 기대에 부풀었죠. 또… 서울 외곽순환 고속도로의 초창기 모습인 "판교구리 고속도로"도 생겼습니다. 하이라이트는 8호선 이었죠. 살던 동네가 장난이 아니었습니다 도로 다 뒤엎고 그 아래 지하철 지으면서 송파대로가 온통 공사판이었네요. 하지만 뚫리고나니 이렇게 편한걸요 하하…^^;;;

그리고나서는 이것저것 계속 하나하나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온 동네가 끝없이 공사를 벌이네요. 3호선 연장, 한때 유령도시였지만 지금은 어엿한 복합쇼핑몰인 가든파이브, 부동산의 중심 잠실재건축단지, 넉넉한 산책로인 송파 워터웨이등이 완공되었어요.
지금은 제2롯데월드, 파크하비오, KTX수서역, 위례신도시, 세곡 보금자리… 뭐 이리 공사소리가 많이 들리는 단지인지 모르겠군요.

(가만히 보니 송파는 T자 형으로 개발이 되는것 같습니다.
한강라인은 거의 개발이 완료되었고 지금은 탄천라인 공사소리가 한창이네요.)

도시가 개발된다는 것은 반갑기도 하지만 한편으론 뭔가 가지고 있는 넉넉함을 잃는듯한 기분도 들어요. 지금은 너무 빡빡한 동네가 되어 가는것 같네요 ㅠㅠ 일단 교통 체증이 눈에 띄게 증가를 해 버렸습니다. 이전에는 자가용을 이용해서 외곽으로 빠져나가기가 쉬웠는데, 지금은 송파대로가 너무 막히네요. 지하철도, 광역버스도 점점 앉아가기 힘들어요…

거기다가 집 근처의 녹지가 하나둘 없어져가는것을 보니 점점 시야가 답답해 지는것을 느낍니다. 그나마 다행인건 가락시장이 공원화 작업을 한다고 하네요.

도시의 발전상을 바로 옆에서 계속 볼 수 있었다는것, 참 재미있는 일이에요. 물론 도시개발때문에 돈이 왔다갔다 하시는 분들에게는 하나하나가 피말리는 일이겠지만 천진난만했던 아이의 눈에서는 모든것들이 레고가 쌓여가는 재미있는 과정처럼 보였겠죠.

이따금씩 지금 공사중인 계획도시들을 보면 옛날의 송파 생각이 나곤 합니다. 뭔가 조금은 불편하지만 자연을 끼고 넉넉했던 동네…랄까요? 그런 계획도시들이 송파의 발전상을 닮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앞으로 나아가는 와중에도 넉넉함을 잃지 않는 동네가 되었으면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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