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김영식 | (주)이레패션 대표

in sewing •  7 years ago 

한때 전 세계 아웃도어 시장에서 경이로울 정도의 성장세로 거의 최고봉 수준까지 갔던 우리나라는 지난 2014년을 정점으로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고점을 찍었을 때 미국 다음으로 큰 아웃도어 시장이 한국이라는 한 통계도 있었다. 아웃도어 중심의 스포츠웨어 전문 생산업체인 (주)이레패션(대표: 김영식)은 호황기를 거치면서 급속 성장의 신화를 써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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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점에는 650억원대의 매출 실적을 달성하기도 했던 동사는 아웃도어 경기가 꺾이면서 그 다음해 바로 매출 반토막이라는 극적인 상황을 맞이해야 했다. 매출이 꺾이면서 자금 운용에 우선 문제가 생겼다. 매출이 높을 때는 무리 없이 돌아가던 자금 운영에 경고등이 켜졌다. 가장 큰 이유는 중국 대련공장에 많은 투자를 했기 때문이다. 올해로 가동 5년을 맞이하는 대련 공장은 가동과 동시에 아웃도어 경기 하락이라는 악재를 만났다. 대련 공장은 중국 현지의 자금 융통 없이 국내에서 전액 투자가 이뤄졌다. 공장뿐만 아니라 기숙사 용도로 구입한 아파트 18채까지 합하면 투자액은 더 늘어난다. 대련공장 투자로 어려움을 겪기도 했지만 김대표는 중국 투자를 후회한 적은 한 번도 없다고 말한다.

후회보다는 당시 중국 투자를 감행하지 않았다면 지금의 이레도 없을 것이라고 담담히 말한다. “중국 투자는 국내 내수시장만 보고 진행한 것은 아닙니다. 이미 국내 내수 아웃도어 경기가 꺾일 것으로 예상했고 장기적으로는 중국 현지 시장이 성장할 것을 예견하고 시작한 것입니다. 그 예상은 지금 그대로 현실화되고 있습니다.” 요즘 이레패션은 중국 스포츠웨어 업계에서 유명세를 타고 있다. 중국 전역에서 아웃도어 브랜드들이 모여들고 있고 생산을 의뢰하는 업체들이 늘어나고 있다. 중국에는 수많은 공장들이 있는데 왜 하필 중국 북방 대련의 이레패션 공장을 찾아오게 되었는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그 이유에 대해 김대표는 몇 가지를 들어 설명해준다.

“중국의 고가 시장이 최근 서서히 규모를 키워가고 있고 점점 성숙되는 단계입니다. 4~5년 전에는 저가 시장이 대세였다면 최근에는 일부 업체가 해외 유명브랜드와 라이센스 계약을 맺고 시장에 진출해 큰 성공을 거두고 있습니다. 중국 고가 시장의 리딩브랜드들이 한국시장에서 아웃도어의 성공 사례를 연구했고 한류 영향이 더해져 이 시장을 주목하게 된 것입니다. 그들이 한국에 건너가 아웃도어 업계를 면밀히 조사하고 그 과정에서 저희를 알게 된 업체들이 인천 본사를 찾아왔다가 다시 대련공장으로 찾아오고 있습니다. 중국 내부에서도 정보가 전파되어 저희 공장이 아웃도어류를 비롯한 스포츠웨어류 생산의 최적 업체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대련공장을 방문하는 관계자들이 이구동성으로 하는 말이 있다고 한다. 중국에는 수많은 봉제공장이 있고 이레패션 공장보다 더 큰 곳은 많이 봤지만 여기처럼 시스템이 잘 되어 있는 공장은 본 적이 없다고 한다. 봉제공장이 아니라 마치 전자회사처럼 시설을 갖추고 관리되고 있다는 것이다. 대련공장은 대지 3천5백평에 건평이 3천평 규모로 공장은 길이가 100미터, 폭이 34미터로 지어졌다. 이레패션의 대외 이미지를 형성하는 간판공장이다. 중국에는 대련공장 규모의 협력공장도 4개 업체를 운용하고 있는데 주요 고가 특수 장비나 설비는 모두 이레에서 투자하고 설치했다. 중국 고가 시장에서 아웃도어는 서서히 성장하고 있는 단계이다. 재미있는 것은 완전히 성숙한 시장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과거 국내 아웃도어 호경기 시절과 같은 수준의 오더 주문이 밀려든다는 것이다.

이레패션의 주요 거래업체 중 하나는 중국내 매장만 6000개에 달한다. 규모면에서 국내 시장과는 비교할 수 없기 때문에 성숙하지 않은 시장임에도 주문량이 많을 수밖에 없다. 현재 중국에서 제작의뢰를 하는 브랜드는 많게는 30여 개에 달하고 있지만 이들 모든 업체와 거래할 수는 없다고 한다. 성장세가 뚜렷한 브랜드 몇 곳과 중국 시장에 야심차게 전개하고 있는 독일의 한 브랜드와 현재 거래 중이다. 중국 사업을 시작한지 이제 2년이 갓 지났지만 이미 지난해 매출이 200억원을 넘겼다. 중국 매출은 앞으로 지속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중국 매출이 늘어나고 국내 내수도 다소 안정화되면서 매출도 호황기 수준까지는 아니지만 거의 회복 단계에 있다. 중국 대련 공장 투자는 지금 상황에서 보면 신의 한수였지만 그렇다고 쉽게 안착한 것은 아니다. 요즘 중국도 인건비가 가파르게 오르고 있고 인력 사정도 예전만 같지 않다는 이야기가 들린다. 인건비와 인력 문제에 대해서는 김대표는 간단명료하게 결론을 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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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서 봉제 못하면 세계 어디에서도 할 곳이 없습니다. 중국 봉제가 채산성이 안 맞다고 하는 말은 저가 수출품에 해당하는 것이지 고가 제품은 앞으로도 이만한 생산지가 없을 것으로 저는 판단합니다. 다른 공장은 모르겠지만 저희 공장은 아직까지 구인 때문에 힘들어본 적은 없습니다. 지금도 춘절 지나면 80명 정도는 입사하겠다고 찾아오는 상황입니다.” 중국에서 최고 품질의 공장으로 탄탄대로를 걸을 수 있었던 요인은 무엇보다 철저한 품질관리와 정확한 납기에 있었다. 그렇다면 품질과 납기에 있어서 완벽한 공장이 될 수 있었던 요인은 어디에 있는지 궁금하다. 김대표는 3가지로 압축해서 설명한다. 그 첫 번째가 철저한 현지화, 작업 표준화, 차별화된 경영이 그것이다. 현지화에 대해서는 한국인이 아무리 잘 났어도 중국에서의 사업은 그들에게 맡기는 것이 더 유리하다고 설명한다.

“대련공장의 한국 책임자 중에서 인사권을 가진 사람은 단 한명 뿐입니다. 그 분도 실제 인사권을 행사하지 않고 공장장이나 다른 간부를 통해 간접적으로 행사합니다. 외국에 가면 현지인 위주로 운영해야지 문화적 차이가 있는 외지인이 좌지우지해서는 반발만 생깁니다. 기술지도 외에 모든 운영과 관리가 철저히 현지인 위주로 이뤄지고 있습니다.” 현지화와 함께 작업 표준화는 이레패션이 가장 중요하게 강조하는 관리지침이기도 하다. 작업 표준화를 통해서 생산성과 품질을 모두 잡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레의 모든 작업공정은 가장 고품질의 작업 완성도를 가져올 수 있는 표준화를 구현한다. 표준화는 단순히 어떤 공정에 대한 지침이 아니다. 작업자 자신이 몸으로 체득하여 가장 효율적이고 오류가 없고 작업 낭비요소가 없을 때의 작업 상태를 의미한다. 단순히 관리자가 “이 작업은 이렇게 해”라고 지시하는 것이 아니다.

기술 지도로 방법을 제시하고 그것을 작업자가 직접 체득해서 스스로 이 방법이 가장 효과적이다는 것을 인식하는 상태의 것이 바로 표준화다. 물론 표준화의 기본틀은 제시해주지만 그것을 실제화 시키는 것은 작업자들의 몫이다. 표준화가 이뤄지면 다음으로 시스템화해야 한다. 표준화된 작업공정이 물 흐르듯 매끄럽게 진행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시스템화이다. 시스템화가 되면 공장은 스스로 일하는 분위기가 형성된다고 김대표는 설명한다. “직원들 각자 스스로 일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시스템화입니다. 시스템화되면 생산성은 저절로 올라옵니다. 대련 공장 내부는 워낙 넓어서 작업자 한명쯤 라인에서 벗어나 어디가서 딴청을 부려도 아무도 알 수 없습니다.

표준화되고 시스템화된 공장은 이런 일은 상상도 못합니다. 저희 공장은 각 작업 파트별 분임조 활동을 하고 있으며 이 단위에 검사원을 배치해 모든 작업을 합리적으로 파악하게끔 만들었습니다. 파트별 분임조에 배치된 검사원들은 부속과 라인검사를 통해 각 작업 결과에 대해 정확한 평가를 하게 되고 이것을 통해 어떤 문제가 있고 어떤 개선 사항이 있는지 파악하게 됩니다. 작업자나 라인의 문제가 바로 이 데이터를 통해 파악됩니다. 그리고 이 데이터는 최종적으로 인사고과와 임금에 반영되어 활용됩니다. 또한 이 데이터는 연말 우수사원 해외 여행 대상자를 선발하는 기준으로 삼고 있습니다. 누구나 수긍하는 합리적인 기준이기 때문에 가능한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차별화 경영의 핵심 가치는 회사를 공동자산으로 보고 인간존중을 실현하는 장으로 생각하는데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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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 이윤을 오너의 뒷주머니로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직원과 함께 공존하고 발전시키는 매개체로 본다면 복지가 왜 중요하고 심지어 식당 밥맛 하나에도 왜 신경을 써야 하는지 이해가 될 것이라고 한다. 대련공장 식당 밥맛은 대내외적으로 소문이 자자하다. 방문하는 손님들도 자신들의 집밥보다 낫다고 평가한다. 심지어 이직한 직원이 옮긴 공장의 밥맛이 없어 다시 돌아올 정도다. 식당 음식 수준은 조금만 더 투자하면 쉽게 높일 수 있다고 한다. 사소한 것이지만 식당 밥맛에도 차별화를 두었듯이 직원들은 자신이 근무하는 직장이 자신들을 위해 뭔가 특별한 것을 해주고 있다는 느낌을 받게 되면 주인의식을 가지고 일할 수 있는 토대가 된다는 것이다. 당연히 임금 수준은 동종 업계에서 상위 클라스로 맞춰주는 것은 기본이다.

차별화 한다고 동종업계 보다 월등히 높은 수준의 임금을 지급하면 득보다 실이 많다. 국내 한 신사복 업체가 이런 임금 정책을 폈다가 주변 업계의 반발로 크게 망가진 경우도 있었다. 현지화, 표준화, 차별화로 요약되는 이레의 전략은 지금까지 현지에 잘 안착되어 발전의 토대를 마련했다. 올해 이레패션은 중국시장과 더 활발한 거래와 교류가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제 서서히 성숙되고 있는 현지 아웃도어 시장은 이레패션에게는 흥미로운 도전의 장이 될 것이다. 대련 공장은 이 시장의 본거지에 마련한 전초기지로서 이미 훌륭한 성과를 냈으며 앞으로의 기대도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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