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연극을 여러 편 봤지만 마음에 와닿지 않아 포스팅하지 않았는데 오늘 본 연극은 좀 달랐다. 홍릉 콘텐츠시연장에서 22일까지 공연하는 <우리의 아름다웠던 날들에 관하여>는 2017년 세월호 연극제 출품작으로 올해 4주기에 맞춰 다시 무대에 올려졌다. 세월호 작품임을 알고 눈물을 강요하진 않을까 우려됐는데 기우였다.
세월호는 단 한마디도 나오지 않았고 무대 한편에 비추어진 101(세월호 101분)에서부터 0까지 줄어가는 숫자가 힌트를 제공할 뿐이다. 어떤 연극인지 모르고 왔다면 왜 내 마음이 초조하고 무거워지는지 알 수 없을 거였다.
무대는 가라앉는 세월호 안이자 아이들의 마음 속이자 기억의 공간이었고 침묵과 정적을 적절히 활용하여 마음을 두드리며 질문을 던져온다.
아기를 키워본 사람은 안다. 아기들의 자지러질 듯한 웃음은 울음으로 변한다는 걸. 이 연극이 그랬다. 또한 배우들은 쉴새 없이 움직인 결과 나오는 거친 숨소리를 흐느낌처럼 내보냈다. 관객과의 소통, 긴장감, 감정의 자발적 공명 등이 잘 어우러져 잔잔하게 이 사건을 마음에 담아 곱씹게 한다.
물통을 이용한 반사 조명이나 기억 상자로 가득 찬 무대장치, 희미한 엔진 소리와 교신하는 듯한 소리만으로 현장감을 살리는 음향도 좋았다. 연출도 좋고 공연장도 훌룽하고.
마지막 20분은 길다. 어둠 속에서는 더욱 길게 느껴진다. 우리가 마땅히 감내해야 할 그 길고 황망한 어둠이 끝나고 자막이 0이 되면 무슨 일이 벌어질까. 직접 확인하시라.
낮에 가서 주변 풍광과 홍릉수목원도 둘러보길. 연극만 보고 돌아오긴 많이 아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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