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 스피커 SKT 누구(NUGU)에게 말 심부름을 시키다."
엄마는 전화를 잘 받지 않는다. 벨 소리 시끄럽다고 진동으로 해둔데다가 우리처럼 전화기를 손에 들고 다니지도 않는다. 화장대나 소파, 식탁 근처에 스마트폰을 주로 두지만 스마트폰이 붕붕거리는 소리를 놓치기 일쑤다. 하긴, 나도 요즘은 진동 오는 거 잘 모르겠더라. ㅜㅜ
몇 번 전화 끝에 연결이 되어 왜 이렇게 전화를 안 받느냐고 타박을 하면, 엄마는 그저 무덤덤하게, 집안일 하느라고, TV 보느라고, 화장실에 있느라고 '못 들었다’ 할 뿐이다. 진동 말고 벨 소리로 해두세요,라고도 했지만 ‘교회도 가야 하고 이런저런 모임에서 벨 소리 나는 게 별로 좋지 않더라’는 이야기를 들은 후 엄마의 진동 고집을 이해하게 됐다. 하긴, 나도 우리 엄마가 예배 시간에 휴대폰 벨 소리 울릴 때(어르신들 벨 소리는 또 유난히 크지 않은가) 허겁지겁 가방 뒤지는 걸 보고 싶진 않다.
까짓것 안 받으면 받을 때까지 하면 되지, 못 들어서 못 받은 것이 무슨 큰일인가. 전화가 왔다고 누가 옆에서 알려주면 딱 좋겠다, 이런 생각을 하다가 아하, 하고 무릎을 쳤다. #아리아 선생이 있지 않은가. 아리아가 엄마에게 전화받으라고 말 좀 해주면 좋겠네!
누구, 누구 미니, 누구 캔들(candle), B tv x NUGU는 원격으로 명령을 보낼 수 있다. 누구 앱을 열고 텍스트 명령이나 음성 명령을 이용하면 된다. 누구 앱을 실행하고 오른쪽 위 3선 아이콘을 선택하면 메뉴가 나타나는데 위쪽에 텍스트 명령, 음성 명령 기능을 볼 수 있다.
화면 설명. 누구 앱의 텍스트 명령과 음성 명령을 이용하면 먼 곳에서도 시켜 먹을 수 있다.
이 두 가지는 스피커와 좀 떨어져서 있어서 말소리가 잘 들리지 않을 때 주로 사용하겠지만 멀리 떨어진 집 밖에서도 쓸 수 있다. 내가 밖에서 텍스트나 음성 명령을 통해 집에 있는 누구에게 날씨 어때? 음악 틀어줘, 하고 시킬 수 있다는 거다. 물론 그 결과를 듣지 못하지만.
아니, 무슨 집 밖에서 날씨나 음악을 시켜... 쓸데없는 기능이네, 하겠지만 누구의 용도를 확장해보면 이 기능이 몹시 유용하다. 집에 들어오기 전 조명이나 에어컨, 공기청정기 등을 켠다고 생각해보라. 아하, 그래서 이게 필요한 거다.
잠시 샜다. 내가 시키고 싶은 건 엄마한테 전화받으라고 말하라는 거다. 명령은 밖에서 내릴 수 있으니 이제 말만 하게 만들면 된다. 어떻게? MyQnA 기능을 이용한다.
아시다시피 My Q&A는 질문과 대답을 미리 저장해 놓고 내가 질문하면 그대로 답변하는 서비스다. 누구 앱의 My Q&A 메뉴에서 대답과 질문을 넣을 수 있다.
질문 : 엄마한테 전화받으시라고 해
답변 : 어머니, 아드님이 전화하실 거예요. 전화받을 준비하세요.
화면 설명. 내 마음대로 질문과 대답을 넣는다
드디어 써먹을 일이 생겼다. 엄마가 집에 있을 시간인데 전화를 안 받으신 거다. 누구 앱을 열고 음성 명령으로 말했다.
"아리아, 엄마한테 전화받으시라고 해."
거실의 B tx x NUGU가 우렁차게(!) 대답을 전달했음이 틀림없다. 두 번째로 전화했을 땐 엄마가 바로 받았으니 말이다. ‘TV 보는데 쟤가 전화받으라고 하잖아, 그래서 기다리고 있었지.’
아리아가 조금 더 똑똑해지면 전화도 받아서 연결해주겠지. 그때까진 이 정도만 해도 충분하다. (물론 빨리 똑똑해져라, 하는 마음이 솔직히 좀 있기는 하다. 내 전화도 좀 받아줬으면!)
글의 순서는 좀 바뀌었는데, 요약하면
- 누구 앱에서 My Q&A에 질문과 대답을 입력한다.
- 누구 앱에서 텍스트나 음성 명령을 통해 My Q&A에 입력한 질문을 한다.
- 아리아 선생께서 질문에 대한 답변을 해준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