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조선 문학 : 02년생 김정희씨

in society •  7 years ago 

  02년생 김정희씨

 김정희씨는 2002년 3월, 꽃샘추위가 물러가던 즈음에 태어났다. 백일이 되자 그는 그 즈음 백 일을 맞이한 아이들과 똑같이 “Be the Reds” 라고 적힌 빨간 티셔츠를 입고 사진을 찍었고, 그 사진은 지금도 그의 본가 안방에 걸려있다.  

 김정희씨는 초등학교에 입학했다. 반에 15명 밖에 없어서 반 친구들을 모두 알게되는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그가 5학년이 되자 그가 다니는 학교와 옆 동네 학교가 통합을 하게 되었고 그는 매일 30분씩 버스를 타고 옆 동네 학교에 다니게 되었다. 어느 날 친구가 자기 집에 강아지가 있다고 자랑했다. 김정희씨는 강아지를 보고 싶어서 그 친구한테 집에 놀러가겠다고 했지만 학원에 가야 한다며 안된다는 답변을 들었다. 다른 친구들에게도 집에 놀러가겠다고 말했지만 모두 같은 대답이었다. 김정희씨는 매일 자신의 스마트폰으로 게임을 하면서 버스를 타고 집에 돌아갔다. 그는 친구 집에 강아지가 정말 있는건지 의문이 들었다.  

 김정희씨는 중학교에 입학했다. 부모님은 김정희씨가 특목고에 진학하기를 바랬고, 그는 서울의 한 외고에 진학하고자 열심히 공부를 했다. 중학교 2학년이 되자 또래 아이들과 마찬가지로 질풍노도의 시기가 찾아왔다. 자기 손에 들려 있는 수학책보다는 자신의 존재에 대한 답을 얻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다. 그는 부모님에게 도움을 청했지만 부모님은 그의 성적에만 관심이 있었다. 중학교 3학년이 되자 그는 외고가 폐지될 거라는 이야기를 듣고 외고 진학의 꿈을 포기한다. 뺑뺑이로 집 주변의 고등학교에 배정받은 그는 그가 중학교 3년동안 왜 공부를 했는지 의문이 들었다.  

 김정희씨는 고등학교에 입학했다. 일반고에 온 것은 아쉬웠지만 일반고에서도 열심히 하면 된다는 생각으로 학교에서 10시까지 야간자율학습을 하고 주말에는 하루 종일 학원에 다녔으며 매일 새벽 2시까지 독서실에서 공부를 했다. 열심히 공부한 덕에 그는 좋은 내신점수를 받을 수 있었다. 고등학교 2학년이 되자 그는 음악에 관심이 생겼고, 실용음악과에 진학하고 싶었다. 이 사실을 담임선생님께 말했지만 담임선생님은 공부 잘하는 애가 무슨 실용음악과냐며 경영학과를 강력히 추천했고 그는 음악에 대한 꿈을 접을 수 밖에 없었다. 고등학교 3학년이 되자 그는 열심히 공부했고 수능시험에서 좋은 성적을 받았다. 하지만 수시 수능최저기준이 폐지되어 수능 공부는 하나도 안하고 매일 논술만 준비하던 친구와 같은 대학교에 진학하게 되었다. 그는 수능 최저기준을 폐지할거면 수능특강은 왜 만든 건지 의문이 들었다.   

 대학에 입학한 그는 보통의 대학생들 같이 1학년을 술과 함께 보냈다. 1학년을 마친 그는 군대에 갔고 전역하고 복학을 하자 취업준비를 하고 있는 동기들을 보았다. 그도 자격증도 따고 대외활동도 하고 열심히 취업준비를 했다. 졸업학기가 되자 그는 자신이 들어가고 싶은 대기업들의 모집 공고를 찾아봤다. 전부 경력직만 뽑고 신입은 얼마 뽑지 않았다. 신입사원 모집에 지원할 수 밖에 없었던 그는 몇 개 쓰지도 못한 모집에 모두 탈락했고 대기업에 대한 마음을 접고 중소기업에 지원해 취직하게 되었다. 중소기업에 최종 합격하게 된 날, 그는 집 앞 놀이터에서 담배를 태웠다.   

 중소기업에 취직한 그는 열심히 일했다. 주 52시간 근무제 때문에 그는 퇴근시간이 지나서도 추가근로수당도 없이 야근을 할 수 밖에 없었고, 어떤 날은 회사에서 밤을 새며 일하게 되었다. 하지만 월급날 통장을 확인할 때면 한숨만 나왔다. 그런 그가 회사에 계속 몸담고 있는 이유는 중소기업에서 3년을 일하면 정부가 3천만원을 지원해준다고 했기 때문이다. 그는 3년을 채우고 3천만원을 받아 회사를 나왔다. 3천만원은 그의 학자금 대출 상환에 모두 쓰였다.  

 직장에서 나온 그는 자신이 일하면서 모은 월급과 퇴직금을 모두 털어 자그마한 편의점을 차렸다. 자신은 주중 오전시간에 근무했고 오후시간과 야간, 그리고 주말에는 알바생을 썼다. 주변에 편의점이 많아서 그런지 그의 편의점은 매출이 그다지 높지 않았다. 그는 매년 오르는 최저임금때문에 어떤 달은 알바생보다 사장인 자신이 임금을 더 적게 받았고, 심지어 알바생들 임금만 줬는데도 적자가 나기도 했다. 그는 결국 5명이었던 알바생을 3명으로 줄이고 매일 편의점으로 출근하게 되었다. 어느 날 그는 편의점 판매대에 앉아 턱을 괴고 생각해보았다. 과연 이 나라에서는 어떻게 살아야하는지하고…… 

※본 소설의 내용은 허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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