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에 살짝 이질감이 있는지 모르겠다.
오래간만에 들른 미용실에서 내차례를 기다리다보니 드는 생각을 끄적여본다.
얼마전에 종영된 윤식당 시즌2를 보고나서 느낀 감정은 말 그대로 '대리만족'이다. 일반 서민들이 느낄 수 있는 감정은 말 그대로 내가 할 수 없는 경험을 화면을 통해서 대신 느끼고 즐거워하고 부러워하는 과정에서 뭔가의 감정을 공유하는 그런 프로그램이었다. 또한 방송의 여파로 스페인 가라치코는 현재 한국인 관광객들의 러시(?)로 몸살을 앓고있는지도 모르겠다.(물론 확인된 바는 없다.)
내가 순서를 기다리고 있는 이곳은 컷트를 5천원이라는 저렴한 가격에 할 수 있는 미용실이다. 좁다란 공간에 옹기종기 손님들이 대기하고 있고 바닥에 널브러진 머리카락을 가로지르며 분주하게 미용사 들은 가위질을 연신 바쁘게 해대고 있는 그런 곳이다.
가게에 들어선 시간은 바로 점심시간이었다. 다락방처럼 만들어진 2층 공간으로 교대로 미용사들은 드나든다. 아마도 바쁘게 점심식사를 하기 위함일 것이다. 10분여 남짓 지나면 올라갔던 미용사가 식사를 마치고 내려온다. 그리고는 잠시 가게 앞에서 다방커피 한 잔을 타서 마시거나 담배를 한 대 피우고 돌아와 다시 가위를 잡는다.
가게 티비 안에서 돌아가는 윤식당 시즌2를 보면서 미세먼지 가득한 우리의 하늘과는 너무나 다른 비정상적이게 파란 가라치코의 하늘에 그저 눈을 동그랗게 뜨면서 습관적으로 가위질을 하고 있는 것이 바로 그곳의 풍경이었고, 순서를 기다리는 손님들도 같은 상황이었다.
비즈니스에 있어서 저가전략이라는 것은 언제나 같다. 많은 고객을 확보하기 위해서 저가전략을 내세우지만 영업이익이 매우 낮기 때문에 더 많은 일을 처리하기 전에는 필요한 이익을 확보하기 어렵다. 결국 실무 레벨에서 이런 구조를 메워주지 못하면 순환할 수 없는 구조인 것이다. 누군가 버티지 못하고 나가게 되면 또다른 누군가가 이 구조안으로 들어와 그 자리를 메꾸게 된다. 그들에게는 더욱 필요한 것이 윤식당과 같은 그런 대리만족의 요소가 아닌가 생각된다.
필자가 약 20년 정도를 몸담고있는 분야 또한 과거의 프리미엄 전략에서 벗어나서 이제는 레드오션의 대표적인 필드로 돌변하며 저가전략으로 짧은 시간에 많은 일을 처리하지 못하면 이익을 낼 수 없는 구조안에서 많은 사람들이 고통을 받고 있다. 빡빡한 일상 안에서 벗어나기를 원하지만 책상위에, 또는 계좌 안에서 쌓여가는 청구서를 처리하기 위해서는 그 주로를 벗어나기 쉽지 않다. 그럴때마다 잠깐의 안식을 위해서 윤식당을 찾게되는지도 모르겠다. 언제까지 이러한 위안이 우리 안에서 계속 될 수 있을까? 너무나 비관적인 메시지일까? 티비 안에서는 또 다른 윤식당이 계속해서 만들어 지겠지만 우리의 현실은 어떻게 달라질 수 있는 것일까?
이제 내 차례가 온 것 같다. 잠시 동안 눈을 감고 모든 것을 잊어버리고 있으면 또 다른 내가 거울 안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