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 일하게 된 사무실 근처 공원과 학교 등등을 탐색해도 보이지 않던 평행봉이 어느 아파트 단지 옆 공간에 있었다. 하지만 철봉과 함께 있지는 않았다.)
철봉과 평행봉을 찾기가 너무 어려워졌다. 공원과 천변에는 주로 어르신들을 겨냥한 각종 기구들이 있다. 이것들이 철봉과 평행봉보다 더 복잡해 보이는데, 철봉 평행봉은 없다. 학교 운동장을 찾아가면 당연히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요즘은 없는 학교가 더 많다.
학창 시절엔 두 기구와 친하지 않았다. 철봉은 다수 두려웠다. 십대 시절 턱걸이 한 번에 성공한 적이 없다. 철봉을 잡고 발을 지쳐 공중에서 한 바퀴 돌아서 내려오는 수행평가는 억지로 연습해서 성공했던 것 같다. 평행봉은 전혀 사용하지 않았고, 다소 우스웠다. 고등학교 시절 평행봉은 이미 권위를 상실한 구세대의 퇴적물 같은 존재인 교련 선생이 학생들로부터 무시당한 본인의 우울을 발산하는 공간이었다.
두 기구가 아주 단순하지만 프리웨이트에 너무 적합하고 필수적인 도구란 사실은 서른살 넘어 제대로 운동을 배우면서 알게 되었다. 나는 철봉에서 할 수 있는 풀업(턱걸이), 평행봉에서 할 수 있는 딥스를 연이어 섞어서 풀업-딥스 세트로 소화하기 시작했다. 서른 한 살에 십대에도 한 번 하지 못했던 턱걸이에 성공하고 서른 두 살 어느 시점엔 열 두 번씩 하고 있었다. 지금 내가 소화하는 풀업-딥스 세트의 숫자는 평균적으로 볼 때 5회-3회 정도다.
회사 건물 옥상마다 철봉과 평행봉이 있다면 얼마나 많은 직장인들이 혜택을 받을 수 있을까 상상해본다. 풀업이든 딥스든 운동을 엄청 잘하는 이가 십수회를 하더라도 기구에 머무르는 기간은 일분을 채 넘지 않는다. 대부분의 직장인들은 3-4회 정도, 십여초를 사용하고 내려오게 된다. 건물 옥상마다 딱 하나씩만 있어도 그 건물의 상당수 사람들이 정체없이 혜택받을 수 있다. 십수명이 줄을 서 있더라도 커피 한잔, 담배 한 대 피우는 시간만 기다리면 된다.
내가 서른 한 살 극적인 성취를 이룰 수 있었던 바탕은 당시 회사 건물 옥상에 철봉이 설치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평행봉은 없었지만 요즘 실내에서 사용하는 다리를 접고 딥스할 수 있는 도구가 있었다. 그건 건물주의 아들이 복싱을 했고, 건물 옥상에 샌드백 비롯한 운동도구들을 설치했기 때문에 구현됐던 환경이었다. 무슨 운동을 하려 해도 철봉과 평행봉은 신체단련을 위해 필요했다. 그 우연 덕분에 일개 중소기업 직원이 신체적으로는 그 어떤 대기업의 복지혜택보다 나은 혜택을 입었다.
정부 당국자들은 두 기구가 사라지는 일의 함의를 알고 있을까. 내 질문의 요점은, 그들이 잘 몰라서 이 현상을 방치하고 있는 것인지, 아니면 시민들이 근력운동은 헬스클럽으로 가서 하도록 하기 위해 일부러 이 현상을 조장하는지 알 수 없다는 것이다. 전자라면 민원을 넣고 싶고, 후자라면 그 사실을 고발하고 청원운동을 벌이고 싶은 심정이다.
시중에 유통되는 가정에 설치가능한 치닝디핑바로는 한계가 있다. 나도 7만원 정도를 주고 그것을 구입해서 만 3년 넘는 기간 동안 쓰고 있다. 하지만 바닥에 파묻히지 않는 풀업도구에서 수행할 경우 수평을 제법 잘 맞췄더라도 바닥으로 힘이 새어나가는 느낌을 받는다. 야외 철봉에서 했을 때와 근육의 당기는 정도가 확 차이가 난다. 딥스 도구 역시, 다리를 접고 하는 딥스 자세 밖에 구현되지 못하기에 한계가 있다. 깡충 뛰어 올라가 균형을 잡고 자세를 시작해야 하는, 내려올 때도 뛰어내려오거나 딥스 자세를 반쯤 취하다가 내려와야 하는 야외 평행봉이 줄 수 있는 자극을 구현하지 못한다.
그간은 '안하니 이거라도 하는게 낫다'고 생각했는데, 자세가 무너지는 문제도 있어서 최근엔 '집에서 이걸 하느니 근처 공원에 나가서 찾아보자'고 생각하게 되었다. 그리고 얼마나 찾기 어려운지에 경악하면서 이 글을 쓰게 되었다.
철봉 평행봉을 검색하다 보니 옛 시절 두 기구의 전국적 설치를 장려한 이는 다름아닌 박정희라고 한다. 설마 박정희가 싫어서 두 기구를 지우려는 것은 아니겠으나, 이 두 기구에서 구닥다리 냄새가 좀 나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운동을 알면 알수록 신체단련에 효율적인 도구들은 가장 고전적인 도구들이다. 헬스클럽에 있는 화려하고 비싼 부위별 운동도구들은 애초 전신 근력운동을 소화할 수 없는 이들, 특정한 신체적 장애가 있거나 재활운동 중인 이들을 위한 것이라 한다. 정말 보통 사람들을 위해 효율적인 운동 도구들을 모은다면 단순해진다. 우리 머릿속에 있는 고전적인 체육관, 그러니까 철봉, 평행봉, 스윙을 할 수 있는 캐틀벨, 스쿼트 데드리프트 밴치프레스를 할 수 있는 바벨이나 준비운동 할 수 있는 아령들로 구성된다.
노인들조차 백세시대 행복한 노년을 보내기 위한 신체 상태를 만들려면, 그 천변에 널린 희한한 도구들에 올라가서 몸을 배배꼬기 보다 철봉과 평행봉에서 시간을 보내는 게 좋을 것이다. 한반도 곳곳에 철봉과 평행봉을 설치하는 데엔 큰 비용이 들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이 이야기는 대체 누구에게 전달해야 하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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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 체육마당이랍시고 공간을 마련해놓고 설치하는 제품들의 면면은 참 조잡하고 볼품이 없습니다 확실히. 저도 평행봉과 턱걸이가 근처에 절실히 필요한 사람입니다. 구청 문화체육과에서 관장하려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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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하는 친구에게 자신의 몸을 드는 운동이 가장 효율적이란 이야기를 들어 본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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