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을 위한 제언 - 1부: 당신의 제품은 안녕하십니까?

in startup •  7 years ago  (edited)

오늘도 밤이 깊어 갑니다.
많은 스타트업들은 이 밤에도 아이디어를 성공한 제품을 만들어 내기 위해 열심을 다하고 있습니다.
번뜩이는 아이디어가 하나하나 결과물로 나올 때마다 느끼는 환희는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습니다.
게다가 누군가 펀딩하기로 할 때는 자신감과 용기가 차오릅니다.
지금 만들고 있는 물건이 세상 밖으로 나갈 때 사람들이 느낄 즐거움이 떠올 때마다, 오늘의 밤샘이 힘들다거나 아깝지 않습니다.

국내 모 기업에 들어온지 어느새 10여년이 지났습니다. 그리고 디지털히어로즈 팟캐스트를 통해 스타트업과 만난지도 3년이 되었습니다. 이야기를 나눈 중소기업/스타트업도 20여개가 넘은 것같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제가 업체들을 만나면서 느낀 몇가지 아쉬웠던 점을 적어보고자 합니다.

물론 모든 업체가 그렇다는 건 아닙니다. 어떤 업체는 정말 체계적이었고 힘든 과정을 통해 이미 많은 것을 느끼고 체득하신 업체도 많았습니다. 어디가서 쉽게 말하기 어려웠던 내용이지만 혼자 말처럼 몇편에 나누어 간단하게 적어볼 생각입니다.

이번 글에서 첫번째 이야기하고 싶은 것은 제품 품질에 대한 마음가짐입니다.

뭘 이미 다 아는 이야기냐 하실 수도 있겠습니다.

모든 분들이 생각하기에도 품질은 너무도 당연한 이야기이고 필수조건인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많은 중소업체와 스타트업들은 생각보다 이 부분을 쉽게 놓치고 있습니다.

업체들을 만났을 때 대부분은 저에게 앞으로 구현될 제품의 기능에 대해 설명을 해 주십니다. 디자인과 기능의 설명을 듣다보면 앞으로 다가올 많은 품질 이슈들이 떠오르곤 합니다. 처음 업체들을 만났을 때에는 이런 품질 이슈에 대해서 조언 아닌 조언을 해 드리려고 했죠. 하지만 많은 대표님들은 마음에 여유가 없으셨습니다.
당장 닥쳐 있는 이슈들이 너무 급하여 그것을 쫓아 다니기에도 정신이 없으신 것은 어쩌면 당연한지도 모르죠.

물론 이슈의 종류에 따라 그 경중은 다를 수 있겠지만 이런 잠정적 품질 이슈들은 제품을 시작하는 초기에 깊게 논의 되지 않으면 나중에 터지는 시한폭탄과도 같은 것입니다.
개발 중간중간 많은 방벽을 가지고 있는 대기업들에 비하여 인원과 자원이 적은 스타트업과 중소기업의 입장에서는 열심히 달려야 하는 초기에 이런 논의를 하는 것이 부담스러운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어느 하나라도, 특히 개발 후반부에 터지게 되면 더 큰 위험을 안겨주게 됩니다.

고객이 원하는 품질 수준이란 어디까지인가?

무엇보다 자신이 만들고 있는 제품 성능 품질에 대한 기준이 약한 경우가 많은 것같습니다.

처음에 온갖 컨셉을 잡아 가지만 100%를 만들어 낸다는 것은 아마도 어려울 것입니다. 하지만 내가 아닌 고객들이 과연 어디까지 허용을 해줄 것인가, 그런 류의 기능은 무엇이 있는가, 디자인? 속도? UI? UX? 등 고객과 만나는 부분에 대한 고민은 제품을 만들어 나가는데 있어 근간이 되어야 합니다.

시간, 돈, 사람, 기술, 부품, 생산지, 시장상황 등등 제품을 만들어 나가는 과정에서 처음 생각했던 컨셉을 흔들어 대는 무수한 상황들이 나타나게 됩니다. 제 생각에는 아마 HW든 SW든 어떤 제품이라도 이 과정을 벗어날 수는 없습니다.

내가 절대적으로 지켜야 하는 것은 무엇인가, 그리고 각 요소별로 고객의 눈높이에서 허용이 가능한 수준은 어느 정도인가에 대한 고민은 끝없이 진행되어야 하고 각 상황에 대처하는 기본 틀로 삼아야 하겠습니다.

10:100:1000의 법칙

품질에는 10:100:1000의 법칙이 있다는 것은 아마 많이 알고들 계실 것입니다. 개발 초기에 문제를 찾으면 1만큼의 노력이 들게 됩니다. 그리고 개발 중에 문제를 찾게 되면 10만큼, 양산 중에 문제를 찾으면 100만큼의 노력이 들어가게 됩니다. 하지만 이 문제가 시장에서 드러나게 된다면 어떻게 될까요?

그 품질문제를 수습하기 위해 드는 노력은 1000이 될지 10000이 될지 알수가 없게 됩니다. 어쩌면 회복이 불가하게 될 수도 있죠.

많은 기업들이 조금이라도 초기에 품질 문제를 찾고자 미연방지 기법들이나 6Sigma 등 많은 Tool들을 도입하고 있습니다. 초기에 품질의 이슈를 막는 것이 향후 발생할 품질 비용 절감, 제품의 완성도 향상, 브랜드의 이미지 고양 등 Total Cost 관점으로 봤을 때 유리하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제품이 개발되는 초기부터 세상에 제품이 나가는 그 순간까지 고객의 손에서 발생할 수 있는 문제를 찾기 위한 노력은 계속되어야 합니다. 하지만 만들고 있는 본인이 이 문제를 찾기란 쉽지 않습니다.

중이 제 머리 못 깎는다

때론 자신의 품질에 대한 대단한 자신감을 가지신 분들을 만나게 됩니다. 내가 보기에 훌륭하다라는 것은 품질을 지켜나가는데 있어서 정말 조심해야 하는 말이라고 생각됩니다.

나 = 고객이 될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고객은 정말 다양하고, 그 깊이가 천차만별입니다. 물론 내 제품의 타겟고객들은 공통점을 많이 가지고 있긴 하겠습니다만 근본적으로는 나와 다른 사람이라는 것을 인지해야 합니다. 그리고 스스로 만들어 가는 제품에 대해 자신이 모든 문제점을 찾아내기란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다양한 영역의 사람들에게 의견을 듣고, 그것에 대한 답을 고민할 수 있는 열린 마음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최근 들어서는 품질담당자를 별도로 두는 경우도 많이 나타나고 있는 것은 좋은 현상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 품질담당자 또한 끝없이 공부하고 새로운 문제를 찾는 방법을 스터디 해 나가야 합니다. 비슷한 제품을 몇번 만나다 보면 하던데로 일하고 싶어하는 현상을 보이는 경우는 상당히 흔합니다.

만일 보안에 큰 무리가 없다면 지인 등을 통한 필드 테스트를 도입해 보는 것도 괜찮은 방법일 것입니다.

왜 같은 문제가 항상 반복되는가?

한 제품이 나가고 후속제품을 만들 때 많이 겪게 되는 문제입니다. 물론 경험치에 의하여 앞의 제품보다는 많은 것이 나아지고 개선이 되는 것은 당연합니다. 하지만 개발자가 바뀌거나 업체가 바뀌는 경우 앞 제품에서 나타났던 문제가 나타나는 경우를 보는 것은 어렵지 않습니다.
이것은 앞 제품에서의 개발/생산/시장에서의 품질 경험이 뒷 제품으로 이어지지 않기 때문입니다. 지금 만들고 있는 제품에 대한 품질 체크리스트를 가지고 있는 경우는 정말 많습니다. 하지만 이전 모델에서 나온 문제를 모은 리스트를 가지고 있는 업체는 그리 많지 않습니다.
만일 설계하는 분이 이런 리스트를 본 후 설계를 한다면 어떨까요? 뭔가 다르지 않을까요?

단 한 제품으로 끝날 기업이 아니라면 반드시 갖추어야 할 Tool이자 문화라고 생각합니다.

뭐 각각 하나하나 깊게 들어가면 더 할말이 많지만....이 정도에서 이번 글은 정리하고....

다음 편에서 생각나는 걸 또 적어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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