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팀잇은 오래가지 못할 것 같습니다.

in steamit •  2 years ago 

부정적인 제목으로 글을 시작하게 되어 유감이지만 사실 저는 스팀잇과 같은 플랫폼이 성공하기를 바라는 마음이며, 앞으로도 가능하면 스팀잇을 최대한 오랫동안 사용해보면서 장단점을 좀 더 경험해보고 싶은 유저입니다.

저는 이제 겨우 스팀잇 사용 2일차이지만 이렇게 스팀잇을 처음 접하는 사람의 의견이 오히려 스팀잇의 성공에 더욱 절실히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개인적으로 다양한 SNS 운영 경험을 토대로 부정적인 사항들을 먼저 짚어보려 합니다. 크게 세 가지로 나누어서 뉴비로써 전반적인 저의 관점과 느낌을 먼저 말씀 드리고 어줍지 않겠지만 나름대로 해결책이라 할만한 것들도 몇 자 적어보겠습니다.

---01. 진입 장벽이 너무 높다---

글을 쓰고 보팅을 통해 콘텐츠 생산자와 사용자가 함께 보상을 받다는 탈중앙적이고 웹3 지향적인 개념 자체는 이제 점점 대중들이 이해하기 시작하는 상황입니다. 그리고 이는 AI의 대중화와 함께 삽시간에 가속화될 가능성이 높고 웹3가 대중화될 근미래에는 너무나도 당연히 받아들여질 개념입니다.

즉, 개념을 최초로 상용화한 것은 높이 평가할만하나, 이제는 진입의 용이성과 서비스의 질로 존속 여부가 결정될 시기가 곧 도래할 것이라는 점에 주목해야 합니다. 다시 말해, 자금력을 갖춘 많은 기업들이 스팀잇과 유사한 서비스를 동시다발적으로 시작할 때 스팀잇의 경쟁력은 과연 무엇일까를 생각해보아야 합니다.

다수의 대중을 온보딩시키는 것은 플랫폼의 성공을 위한 필수불가결한 요소입니다. 온보딩을 위해서는 진입장벽이 낮아야 하는데 스팀잇은 시작하는 것 자체가 고역입니다. 기본적으로 암호화폐에 대한 상식을 갖춘 사람이라 할지라도 로그인조차 쉽지 않은 것이 현재 스팀잇의 높은 진입장벽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라 하겠습니다. 출시한 지 몇 년이 지났지만 이 좋은 컨셉에도 불구하고 유저수가 120만 명 밖에 안되는 첫 번째 이유라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모바일채굴이라는 온보딩 방식이 없었다면 파이코인은 지금의 지위에 오르고 이를 계속 유지할 수 없었을 것입니다. 마찬가지로 스팀잇 또한 온보딩 방식부터 다시 전략을 수정해야 할 것입니다.

---02. 컨셉이 모호하다---

스팀잇은 기본적으로 블로그 형식을 취하지만 아마도 트위터의 운용 방식에도 너무 욕심을 낸 것 아닌가 싶습니다. 블로그, 트위터, 페이스북, 인스타를 특성별로 좀 더 면밀히 분석했어야만 하는 것이 아닌가 합니다. 현재의 스팀잇은 블로그도 아니고, 트위터도 아니고, 페이스북도 아닌 어중간한 기능과 운용 방식을 취하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저는 한때 파워블로거였고, 최근까지도 대한민국에 등록된 1800만 개의 블로그들 중에서 상위 0.01%에 랭크되는 블로그를 운영해왔습니다. 또, 인스타와 트위터, 유튜브도 현재 모두 운영하고 있습니다.

그 과정에서 깨닫게 된 것은 모든 SNS의 장점을 하나로 통합할 수는 없으며, 각 SNS마다 특장점을 가장 잘 살린 플랫폼만이 살아남는다는 사실입니다.

장기간 블로그를 꾸준히 운영한 사람은 자신의 포스팅들에 대해 엄청난 애착을 가지게 됩니다. 정성을 들인만큼 애착도 커지고 더 잘하고 싶은 마음이 생기는 것입니다. 그로 인해 양질의 콘텐츠도 자연스럽게 증가합니다. 그러나 스팀잇에는 그런 감성적인 요소를 고려한 면이 전혀 보이질 않습니다.

즉, 블로그만의 특성과 감성을 무시한 채 블로그 + 페이스북 + 트위터를 섞어놓은듯한 애매한 컨셉으로 인해 스팀잇 스스로 발전을 가로막고 있다는 것이 저의 생각입니다. 기본적으로 긴 글을 작성하도록 만들어 놓은 플랫폼에 짧은 글들만 돌아다니고 있으니 블로그를 기대하고 들어온 유저들에게는 오히려 실망을 안겨주는 포인트가 되지 않나 싶습니다.

---03. 기능적, 구성적인 통합성과 완전성이 떨어진다.---

블로그는 블로그다운 기본적인 요소들을 갖추어야 성공하고, 휘발성이 높은 콘텐츠를 위주로 하는 트위터나 페이스북, 인스타와는 차별화된 인터페이스와 기능들이 필요합니다. 그러나 스팀잇은 콘텐츠 생산자가 카테고리를 나눌 수도 없고, 콘텐츠 소비자가 다른 사람들의 페이지에 들어가서도 해당 생산자의 전체 글들을 일목요연하게 파악할 수도 없습니다.

스팀잇 운영자들에게 묻고 싶습니다. 혹시 네이버 블로그를 벤치마킹할 생각은 없나요?

티스토리와 네이버 블로그를 오랫동안 운영하면서 느낀 점은 유저가 많으려면 기능과 구성이 충분하면서도 누구나 쉽게 이용할 수 있는 인터페이스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네이버 블로그가 한국에서 현재의 위치를 계속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은 네이버의 유저수가 가장 많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다른 어떤 블로그 플랫폼들보다 다양하고 많은 기능을 탑재하고 있으면서도 그 사용법이 가장 간결하고 편리할뿐만 아니라, 유저 프랜들리한 인터페이스와 기능들을 두루 갖추고 있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만약 그러한 면에서 티스토리나 구글 블로그(blogspot)가 네이버 블로그보다 우수했다면 저는 네이버 블로그를 오늘 당장이라도 버리고 티스토리나 블로그스팟으로 주저없이 갈아탔을 것입니다. 네이버는 블로그의 기능과 인터페이스와 운영 체계가 매우 뛰어나지만 그와 동시에 매우 중앙집권적이고 권위적이기 때문입니다.

반대로 말하면, 그토록 중앙집권적이고 권위적인 운영 태도에도 불구하고 저 같이 다양한 SNS를 경험해본 사람이 네이버 블로그를 고수하고 있는 이유가 바로 네이버 블로그의 기능과 인터페이스가 그만큼 훌륭하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만약 파이네트워크 메인넷에 스팀잇과 같은 콘셉을 가진 블로그 전문 디앱이 네이버와 같은 편의성을 갖춘 상태로 출시된다면 스팀잇은 살아남을 수 있을까요? 저는 어렵다고 봅니다. 아니, 불가능할 것입니다.

**** 해결책 ****
제가 생각하는 해결책은 사실 단순할수도 있습니다. 위에서 말씀 드린 3가지 부정적인 요소들을 긍정적인 요소로 전환하는 것입니다.

  1. 온보딩 방식의 단순화
  2. 컨셉 재정비
  3. 기능과 구성, 인터페이스 재정비

최근 파이코인이 대규모 해커톤 행사를 연달아 진행하면서 많은 개발자, 개발사와 디앱들을 끌어모으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여기에서 파이네트워크 운영진이 주안점으로 추진하는 것 중 하나는 온보딩 방식을 최대한 단순화하는 것이라고 합니다.

파이브라우저 자체의 온보딩 방식뿐만 아니라 파이네트워크에 진출하는 디앱들의 운영 및 온보딩 방식 역시 가장 단순화된 방식으로 계속 발전시키는데 파이는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즉, 파이 경영진은 온보딩 방식의 단순화가 플랫폼의 성공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를 아주 잘 알고 있다는 것입니다.

스팀잇 역시 로그인 방식부터 바꾸어야 합니다. 유저들의 디지털 자산을 지켜내기 위함이라는 것은 어쩌면 변명일수도 있습니다. 오픈씨(opensea) 같은 nft 마켓에서 답을 찾을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온보딩은 일단 최대한 단순하게 설정한 다음, 이후 절차들은 온보딩 이후에 순차적으로 진행할 수 있도록 과정과 절차를 얼마든지 변경할 수 있지 않나 싶습니다.

그리고 스팀잇의 콘셉을 완전한 블로그 전문 플랫폼으로 안착시키는 것에 대해서도 생각해볼 필요가 있을 듯합니다. 다시 한 번 언급 드리지만 길 글과 정보를 남기도록 짜여진 인터페이스에 왜 짧고 휘발성이 높은 글들이 더 많은지 생각해보아야 할 것입니다.

앞에서 말씀 드린 것처럼, 제 경우에는 만약 티스토리나 블로그스팟이 네이버 블로그에 필적하거나 네이버 블로그를 뛰어 넘는 기능과 구성과 인터페이스를 갖추었다면 오늘 당장이라도 네이버 블로그를 버리고 그곳으로 이동할 것입니다. 스팀잇이 그런 블로그 플랫폼이 되면 어떨까요?

그렇다면 저는 스팀잇의 광팬이 될 것입니다. 그리고 제가 아는 모든 블로거들을 스팀잇으로 불러모을 것입니다. 스팀잇이 그런 블로그 플랫폼이 되기를 진심으로 바라고 있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스팀잇의 기능과 구성과 인터페이스를 바꾸어야 합니다. 지금과 같은 상태로는 경쟁사가 조금이라도 더 진입이 쉽고, 블로그라는 컨셉이 확실하고, 기능과 구성과 인터페이스가 좋은 플랫폼을 출시한다면 현재 스팀잇의 유저들은 모두 해당 플랫폼으로 갈아타게 될 것입니다.

출시 5년여에 유저수 120만 명은 최초의 블록체인 웹3 블로그 플랫폼이라는 명성에 맞지 않는 매우 초라한 성적임에 분명합니다. 대한민국이라는 작은 나라에만도 수백만명이 넘는 블로거들이 있습니다. 전세계인을 대상으로 한 플랫폼이라면, 그리고 더욱 발전하고 성장할 플랫폼이라면, 스팀잇 경영진이 이러한 부분들을 전향적으로 고려해야 하지 않나 싶습니다.

이 포스팅의 자극적인 제목과 반대로 스팀잇이 오래가면 좋겠습니다. 그래서 많은 유저들을 성공으로 함께 이끌어 주시길 진심으로 바라봅니다. 긴 길 읽어주신 모든 분들 죄송하고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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