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각

in steem •  8 months ago  (edited)

착각/cjsdns

우스개 소리로
착각은 자유라는 말이 있다.
깃털보다도 더 가볍게 들리던 말이었다.

착각은 자유
자유라고...

난 내가 매우 담대하고 강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설령, 비수에 찔려도
피를 흘릴지언정 쓰러지거나 흔들리지 않는
갑옷 같은 옷을 켜켜이 껴입은 소나무 같을 거라고 생각했다.
남들도 그렇게 생각하는 걸 알기에 더욱 그랬다.

그러나 , 그것이 얼마나 오만한 생각인지 알게 됐다.

나도 모르게 누군가 베어 넘긴 아카시아 나무가
내가 곱게 가꾸는 나무 위로 쓰러져 덮쳤다.
그래도 나무라지 않았다.
내가 치우면 되니까.
만만 먹으면 그것쯤 치우는 거 일도 아니라 생각했으니까

며칠 전,
톱과 낫, 전지가위를 들고
어수선하게 넘어진 아카시아 나무를 정리하러 갔다.
세상살이처럼 뒤엉켜 뭐가 뭔지 모를게 된 나무들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 할지 몰라 손 닿는 가지부터 치우기 시작했다.
꽃 보자며 과실 따서 나눠 먹자며 심은 자두나무 매실나무
살구 나무가 부러지고 망가졌다.

그래도, 화를 내기보다는
쓰러진 나무 눌린 나무 보듬어 주고
아예 망가진건 봄에 다시 심자고 생각했다.
그랬다.

거기까지는 좋았는데
손가락을 찔러버린 마른 가시에 독이라도 바른 듯
잘 빠지지도 않고 뼈까지 아프다.
발바닥에도 가시가 박혔는지 나도 모르게 절둑거린다.

그랬다.
마음도 몸도 대관령 언덕에 서있는 키다리 아저씨 같은 바람개비보다
더 굳세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아니다.
1센티도 안 되는 가시에 찔린 손가락 윗등은 뼈까지 아프고
잘 보이지도 않는 발바닥 가시는 나를 절둑거리게 만든다.
난, 내가 매우 담대하고 강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설령, 비수에 찔려도 꿈적 안는 그런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착각이었다.
착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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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가시 독이 의외로 심각해요.
별 거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퉁퉁 븟더라구요.
병원 가서 일주일치 약 먹고서야 나았네요. ㄷㄷ

바짝 마른 가시같은 사람들이 있어요.
참 슬픈 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