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는 것만으로도 배부른 풍경

보는 것만으로도 배부른 풍경/cjsdns

벼가 영글어 가는 것은 보는 것만으로도 배부른 풍광이다.
벼이삭이 고개를 숙여 가는 모습이 여간 대견해 보이는 것이 아니다.
여물수록 고개를 숙인다는 벼, 사람도 그래야 한다는데 그건 쉽지 않다.
논바닥에 벼처럼 모든 사람이 저렇게 익어가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논뒤로 보이는 산이 호명산이다.
해발 632미터의 산으로 우리나라 최초의 양수 발전소를 품고 있는 산이다.
그렇다 보니 호명산 능선 한쪽으로 정상부근에 백두산 천지를 닮은 호수가 있다.
발전을 위하여 만들어진 인공 호수이니 청평호에서 물을 품어 올려 넓은 호수에 물을 담아 놓았다가 필요할 때 낙차를 이용해 발전을 하는 그런 구조이다.

지금이야 이런 발전소를 건설하는 게 그리 어려운 게 아니지만 청평 양수 발전소를 만들 때만 해도 보통 어려운 공사가 아니다.
물을 담을 거대한 호수를 산 정상 부위에 만들고 물을 끌어올려 담으로면 수로가 만들어져야 한다.

그리고 다시 물을 떨구어 낙차를 이용하려 해도 수직에 가까운 수로를 만들어야 한다.
그 당시에 양수발전소를 만들기 위해 많은 희생을 치른 것으로 안다.
그래서 호수 한편에 보면 당시 희생된 사람을 위한 위령탑도 있다.

기회가 되면 청평 양수 발전소에 대해서 호명산에 대해서 이야기할 기회가 있을 것이고 오늘은 고개를 숙여가는 벼를 보면 느끼 것이 나도 늙어가는 것이 아니라 익어 거는 사람이 되어야겠다는 생각이다.
벼를 바라보면서 그런 생각을 했다.

2024/08/11
천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