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꽃 흐드러지게 피었다./cjsd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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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꽃 흐드러지게 피었다./cjsdns

밤꽃 흐드러지게 피었다.
먼 산 구구새
아침부터 짝을 찾는 노래 구슬프고

뒷산 뻐꾸기
어디 있는지 모를 제 짝에게
밤꽃이 이리 피었거늘
외로우니 빨리 오라 소리친다.

어제는 안개로 장막을 치고 숨은 듯 지내더니
오늘은 멀리 보이는 큰 산도
사모하는 임 만나러 가는 춘향이처럼
옷을 벗었다 입었다 하며 맵시를 본다.

이런 아침에 까마귀가 빠질 리 없지
밤꽃이 뭐길래 아우성이냐며
덩달아 까악 까악
훼방하듯 큰소리로 떠들어 댄다.

수줍은 많은 산까치는
알고도 모르는 척
모르고도 아는척하는 꼴이라니
둘이 만나 인사를 나누는 걸 보았건만
어디를 갔는지 숨 어린 듯 모습도 없다.

하늘에는 구름 두둥실 흘러간다.
비를 뿌릴듯한 하늘이건만
오늘은 아니야라며
누가 뭐 하나 싶어 살며시 문 열어 살피는 아이모양
구름 사이로 얼굴 내미는 해님도 뭔가 아는 듯
야릇한 미소에 장난기가 걸려있다.

뭘 그리 봐요 하고 물어보니
보긴 뭘 봐, 라며
한낮에 소니기로 심술부릴 수도 있다는 표정이다.
모르겠다, 그 소녀 뭐 하고 있는지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오후쯤에 조종천 돌다리라도 건너나 볼까나

밤꽃이 흐드러지게 핀 유월이 쫄깃하다.

2023/06/13
천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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