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의 집>
---이 휘 련---
소나무 멀뚝하게 서서
피안의 마을 바라보고 있는 바닷가
가난했던 시인의 집에
바람이 들어와 살고 있다
그림자는 아직 남겨두고
몸만 빠져 나간 주인
찢어진 창호지 틈으로
갇혔던 시간이 밀려 나온다
세 칸 집 슬레이트 지붕
삭아 내리는데
자꾸만 구겨지는 그리움을
그림자는 펴고 또 펴고
휘어져 주저앉으려 하는 벽에
겨우 매달려 잇는 시인의 사진틀을
거미줄이 얽어매고 있다
쥐오줌 찔끔 떨어져 내리는
앉은뱅이 책상 위
나의 술 막걸리여
저 막막한 것들
말 걸려도 막 넘어가는 것들
막된 것들이여
읊조리다 만 시 몇 줄 어눌하다.
(시인의 집- 천상병 시인 고택. 월간문학 12월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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