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섬에 그 달

in steemzzang •  13 day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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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섬에 그 달>

---고 정 국---

섬이 섬을 낳고
바다가 섬을 받아 아침 젖을 물린다는
보길도 예송리에 딱 하나
혼기 놓쳐 버린 달이 있다

곤히 잠든 섬과 섬 사이를 잠옷인 채 빠져나와
민박집 창 앞에 뽀얗게 눈길 흘리던
여인

생각이 끝에 닿으면
바위섬 꼭대기에 등 하나를 켜 단다는,
그녀는 취중에도
깜빡깜빡 말을 아꼈다

다도해 율법을 어겨 가면서
아침 늦도록 내 손톱에 입질하던
줄무늬 잠옷 차림의 여인

십 년이 지나도록 그 하현을 잊지 못해
초봄이면 한 번도 거른 적 없이
훌쩍 그 섬으로 찾아간다는
또 하나의

다도해에 이어 추자군도에 이르기까지
그토록 파다한 소문을
그 달과
나만
모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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