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 든 • 손

in steemzzang •  3 months ago 

아흔을 넘긴 어머니
오늘 내일 돌아가신다고 해도
이상할 게 하나 없다고 하는
표정 없는 의사의 말에
어머니 연세와 병증을 놓고 제비뽑기를 한다

큰 병원에 가야한다는 자식들 얘기에
고개를 끄덕이는 대신 눈을 꿈벅이지만
절대 병원엔 안 간다고
미운 일곱 살로 돌아간다

자꾸 화장실을 놓쳐
기저귀 채운다고 하면 못 들은 체 돌아누워
새우등을 만든다

밥도 과일도 약도 싫다고
점점 동그랗게 말리는 새우등
빈 시간 속을 헤엄쳐
점점 바다 깊은 곳으로 가라앉고 있다

image.png

소금 창고/ 이문재

염전이 있던 곳 나는 마흔 살
늦가을 평상에 앉아
바다로 가는 길의 끝에다
지그시 힘을 준다
시린 바람이
옛날 노래가 적힌 악보를 넘기고 있다
바다로 가는 길 따라가던 갈대 마른 꽃들
역광을 받아 한 번 더 피어 있다
눈부시다
소금창고가 있던 곳
오후 세 시의 햇빛이 갯벌 위에
수은처럼 굴러다닌다
북북서진하는 기러기 떼를 세어 보는데
젖은 눈에서 눈물 떨어진다
염전이 있던 곳
나는 마흔 살
옛날은 가는 게 아니고
이렇게 자꾸 오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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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휴….. 시어머니이 편찮으시군요?
자제분들과 정시인님 마음이 불편하시겠어요. ㅠㅠ

그런데 정작 해드릴 수 있는 게 없습니다.
자식과 부모 사이에도 어쩔 수 없는,

조금이라도 고통을 덜어드리고 싶은데
무조건 병원을 거부하시는 바람에 그냥 지켜보는 정도입니다.

염려해 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