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 든 • 손

in steemzzang •  17 days ago 

노인정 문앞을 지키는 지팡이보다 실팍한 고드름이
신전의 기둥처럼 땅에 뿌리를 박으며
동장군의 폭압은 갈수록 더 해 가는데
달력에는 입춘이라는 작은 글씨는
점점 작아집니다

떡볶이에 어묵 국물을 마시는
아이들 입에서 모락모락
아지랑이가 피어납니다
봄이라는 말 대신에...

보아도 보아도
봄은 남의 얘기만 같은데
황조롱이 한 마리
눈 덮인 홍매화 꽃망울을 물고
눈을 반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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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춘 / 윤보영

입춘입니다
나는 오늘 꽃을 심겠습니다

나무며 씨앗은 아직 땅속에서
겨울잠을 자고 있겠지만
나는 꽃을 심겠습니다

꽁꽁 언 추억에 애틋함이 스며들어
기억이 기지개를 켤 수 있게
그대 좋아하는
결 고운 향기를 보내겠습니다

그대가 걸어올
마음 밖으로 달려나가
파랑새를 날리며 기다리겠습니다

입춘입니다
오늘 내 안에
그대라는 꽃을 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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