섣달 보름달도
빈자루처럼 허룩해지는 날
떡쌀 담그지 못하는 가난한 마당에
함박눈이 내린다
김치광 가파른 지붕도
떡가루 같은 눈에 덮여
빈 솥에 김이 오르는 밤
떡 치는 소리 담을 넘어 와
얼마 남지 않은 달을
크게 한 입 베어물었다
출렁이던 하늘
잇자국에서 새 별이 돋아나고 있었다
12월 /이외수
떠도는 그대 영혼 더욱
쓸쓸하라고
눈이 내린다
닫혀 있는 거리
아직 예수님은 돌아오지 않고
종말처럼 날이 저문다
가난한 날에는
그리움도 죄가 되나니
그대 더욱 목메이라고
길이 막힌다
흑백 사진처럼 정지해 있는 시간
누군가 흐느끼고 있다
회개하라 회개하라 회개하라
폭설 속에 하늘이 무너지고 있다
이 한 해의 마지막 언덕길
지워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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