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 든 • 손

in steemzzang •  11 hours ago 

나무가 어디에 꽃을 숨기고
봄을 기다리는지
나무를 몇 바퀴 돌아도 찾을 수 없었다

혼자 늙는 발꿈치처럼 갈라진 껍질을
손끝으로 더듬었지만
꽃이 있을만한 곳을 찾지 못했다

먼저 내 눈을 찾은 건
꽃눈이었다

꽃눈이 먼저 눈을 뜨고
내 눈에 꽃을 담아 주었다

기다림이란
상대의 시간표에 나를 맞추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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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의 시 / 류시화

나무에 대한 시를 쓰려면 먼저
눈을 감고
나무가 되어야지

너의 전생애가 나무처럼 흔들려야지
해질녁 나무의 노래를
나무 위에 날아와 앉는
세상의 모든 새를
너 자신처럼 느껴야지

네가 외로울 때마다
이 세상 어딘가에
너의 나무가 서 있다는 걸
잊지 말아야지

그리하여 외로움이 너의 그림자만큼 길어질 때
해질녘 너의 그림자가 그 나무에 가 닿을 때
넌 비로소 나무에 대해 말해야지
그 어떤 것도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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