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 든 • 손

in steemzzang •  4 months ago 

가을걷이가 다가올 무렵
신앙촌 아줌마가 다녀가고 나면
동네에는 똑같은 밍크 담요가 하나씩 펼쳐졌다

봄새에 농사철 닥치기 전
신앙촌 아줌마 자전거가 동그란 빛을 내며 달린다
대청 넓은 집에 들어 앉아 점심까지 먹고 가면
동네엔 스텐 다라가 동그라미를 깔고 앉았다

봄버들처럼 피는 딸 생각에
덜컥 들여놓기는 했지만
스텐 다라처럼 몇 겹의 마음이 포개앉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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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해 여름 3/ 박경리

분홍 빛 내리닫이 입고
딸에게 친구들에게
손 흔들며 작별하고
수술실에 들어갔었던 그해 여름

눈을 떴을 때
하루 사이
세계지도같이 기미가 쓴
딸의 얼굴이 보였다

글 쓰는 굴레 벗어 버리고
고뇌와 분노의 굴레 벗어 버리고
미움과 절망도 다 벗어 버리고
그해 여름은 불행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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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해 여름 행복하세요^^

감사드려요.
더운 날씨에 달리기도 하시고 열심히 사시는 모습 보기 좋아요.
예쁜 아이들도 잘 자라고 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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