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 든 • 손

in steemzzang •  4 months ago 

옥수수밭으로 바람이 지나간다
옥수수잎이 G선으로 서걱이며 연주를 시작한다

가르마처럼 뚜렷한 잎맥을 타고
미끄러지는 빗방울이
잠시 머물다 가는 삶에 매이지 말라는
한 마디를 남기고 흔적 없이 스며든다

서로 앉은 키를 재고 있던 옥수수 알이
목젖을 당겼다 놓아주며
바깥으로 귀를 기울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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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 있는 것은 흔들리면서/ 오규원

살아 있는 것은 흔들리면서
튼튼한 줄기를 얻고
잎은 흔들려서 스스로
살아 있는 몸인 것을 증명한다.

바람은 오늘도 분다.
수만의 잎은 제각기
몸을 엮는 하루를 가누고
들판의 슬픔 하나 들판의 고독 하나
들판의 고통 하나도
다른 곳에서 바람에 쓸리며
자기를 헤집고 있다.
​​
피하지 마라.
빈 들에 가서 깨닫는 그것
우리가 늘 흔들리고 있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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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리지 않고
비바람 맞지 않고
피는 꽃이 있으랴!!!

감사합니다.
한결 같은 사랑으로 가정을 지키며
변함 없는 열정으로 스팀을 응원하시는 에핏님,
살짝살짝 뵙기만 합니다. ㅎㅎ

옷수수도 비바람을 맞으니 허리가 굽더군요.ㄷㄷ

대나무는 굽지 않는 대가로 열매를 포기했고
옥수수는 굽히고 부러지는 대신
열매를 선택했다고합니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