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 든 • 손

in steemzzang •  2 days ago 

바람에 휘청거리는 눈송이들이
발을 붙이지 못하고 다시 솟아오른다

겨울 해가 내려앉은 마당에서
걸음마를 배우는 아기의
조그만 발자국이 되는 꿈도 있었다

칠흑 같은 섣달 그믐밤
문살 가득 비추는 그림자들이
별떨기처럼 둘러앉아
나이를 빚는 소리에 귀를 기울이다

나이를 먹어보지 못한 생명을 거두어
어둠을 밀어내고 맑은 복 내리는 새날

꽃망울처럼 바라보는 눈길만 있다면
노을처럼 번지는 미소를 지으며
하늘이 내리는 고요에 취해 눈을 감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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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몰/ 김윤배

황사도 처음으로 돌아가고 싶은지 등을 꺾는다
황사의 처음은 대지에 무게를 올려놓고
세상을 조용히 건너다보던
암석의 뜨겁고 둔중한 가슴이었다
황사는 떠나온 그 가슴을 향해
수수만년 황무한 땅을 휩쓸어가는 것이다
황사를 거칠게 기른 건 대지이다
대지는 바람의 어미였다
바람이 황사의 노예가 된 것은
황사가 달려가고 싶은 방향 때문이다
방향이 얼마나 많은 낙타를 슬픔에 들게 했던가
낙타 등으로 황무한 저녁이 오는 시간, 노을이
제 몸에 붉게 흐르는 핏불을 멀리 광야에 뿌린다
먼 광야에서 느린 걸음으로 다가오는 묵음이
낙타의 길고 순한 눈썹을 떨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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