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 든 • 손

in steemzzang •  2 days ago 

주르르 숨도 안 쉬고 써내려간다
가끔 벼루에 먹물을 찍을 때를 빼고는
붓이 종이에서 떨어지지 않더니
드디어 붓을 놓는다
낙관을 든 손에 힘을 준다
화장을 하는 여자처럼 붉은 입술이 된다

아파트 한 동을 돌아나온 택배기사
비행운 같은 연기를 달고
단지를 몇 번 들러
신호가 바뀌기 전에 횡단보도를 넘어간다

아침식사를 마치고
커피도 같이 마시고
한 사람은 바라다 보고
한 사람은 돌려다 보는 일상을
사이렌 소리가 자르고 갔다

image.png

시스템 종료/ 신미균

벼락 맞은 나무

새처럼
쪼개진 몸통 끝은 부리가 되고
간신히 붙어 있는 나뭇가지들은
날개가 되고
흙을 움켜쥔 뿌리들은
발톱이 되어

어디론가, 날아갈 준비를 하고 있다.

평생 옴짝달싹 못하고
답답하게 한 곳에서 사느니
벼락 맞은 게 차라리 잘됐다는 듯

하늘을 보고
멍하니 웃고 있는 것도 같다.

파산한 가게 앞에 허탈하게 앉아있는
막내 삼촌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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