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가을은 맑은 날을 구경하기가 어렵습니다. 오늘도 흐린 하늘이 심드렁한 얼굴입니다. 날이 이러면 사람들 기분도 우중충하고 가을 걷이를 해야하는 농작물도 작황이 별로 좋지 않습니다. 그래도 속는 김에 속는다고 내년에는 좋아지겠지 하는 마음으로 농사를 짓는다고합니다.

농사만 그런게 아니라 자식 농사도 그렇습니다. 여러 자식 기르다 보면 말썽 한 번 없이 자라면서 공부도 잘 하는 아이가 있는가 하면 가지 말라는 곳엔 다 가고 하지 말라는 짓만 골라하는 통에 내가 저런 걸 낳고 미역국을 먹었느냐고 한탄을 하게 하는 그런 자식도 있습니다. 그래도 자라면 나아지겠지 나이 먹으면 철 나겠지 하며 애착을 끊지 못합니다.

오늘처럼 흐린 날에도 공터에 한 가득 고추를 널어 말리는 집이 있습니다. 할머니가 혼자 앉아 손으로 고추 한 알씩 뒤집어가며 말리고 계십니다. 왜 그렇게 하시느냐고 했더니 혹시 개나 고양이가 들어와 똥이라도 쌀까봐 그러신다고 하시는 말씀에 놀랐습니다. 그리고 해도 없는 흐린 날에 잘 마르겠느냐고 하니 그래도 바람결에 누기라도 걷으며 마르는 것도 좋다고 하시는데 정성이 대단하십니다.

아들며느리는 워낙에 바빠 집에 한 번 다녀갈 사이도 없으시다며 농사 지으셔서 양념거리라도 대 주신다며 손주들 잘 먹는 생각을 하면 하나도 힘들지 않다고 하십니다. 지붕이 기울어진다고 이웃사람들이 걱정을 해도 아들에게 그런 내색하지 말라고 오히려 걱정을 하시는데 작년 다르고 올 다른 노인네를 혼자 지내시게 하는 것도 그런데 한 번씩 다녀가면 좋겠다고 말씀드리니 우리 아들은 너무 바빠서 못 온다는 말씀만 하십니다.

고추 멍석 옆에 들깨도 널려있는데 한 이틀 말려서 기름짜다 주어야 한다고 엉거주춤 일어나셔서 네 발로 걸어가시는 모습에 콧날이 시큰해집니다. 엉금엉금 기어서라도 자식 입에 들어가는 것만 좋으셔서 당신 몸 스러지는 건 모르고 사시는 분들이 짠합니다.

얼마나 바쁜지 모르지만 어쩌다 손님처럼 다녀가는 자식들은 홀로 지내시는 어른이 어떻게 하루가 지나가는지 전혀 알지 못합니다. 매주는 못 오더라도 자주 안부도 전하며 가까이 지내시는 분들에게 연락을 취해서 알아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는 생각입니다.

오늘의 문제입니다.

“바쁘게 찧는 ○○에도 ○ 놀 틈이 있다.”

빠짐표 안에 알맞은 말을 적어주세요.

• 정답자 선착순 10명까지 1steem 씩 보내 드립니다.
• 반드시 댓글에 번호를 달아 주시기 바랍니다.
• 마감은 10월 28일 22:00이며 정답 발표는 10월 29일 22:00까지입니다.
  많은 참여 기다리겠습니다.

대문을 그려주신 @ziq님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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