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옛날 코흘리게 친구들이 할머니 할아버지가 되어 만나는 날입니다. 일 년에 두 번 만나는 날입니다. 시기적으로는 늦은 감이 있지만 다행이도 여름이 머뭇거리는 바람에 가을도 늑장을 부리고 단풍이 지각을 해서 우리를 기다려준다고합니다.
한 동안 집안에 일이 있어 어떻게 여름을 지났는지 몰랐는데 오늘 모든 것을 내려놓고 하루를 온전히 나를 위해 쓰기로 했습니다. 주부들이 집을 떠나려면 미리 해 두어야 하는 일이 한 두 가지가 아닙니다. 하룻동안 가족들의 식사준비를 해놓고 갈아 입을 옷도 미리 챙겨놓아야 합니다. 자동이체를 해두었지만 납기일이 돌아오는 공과금도 체크해야 합니다. 혹시라도 모를 다른 일에도 귀를 기울여야 합니다.
아침 일찍 세탁기도 돌리고 빨래를 널고 하루를 비우기 위한 만반의 준비를 합니다. 또 스팀잇에 제가 하고 있는 우리말 우리글 이벤트를 작성해야 하고 제가 하는 애터미도 수시로 들여다 보아야합니다. 간단한 소지품과 친구들과 나누어 먹을 간식도 챙기고 그래도 무언가 또 빠뜨리는 게 있겠지요.
그래도 좋습니다. 일단 일상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그런 결심을 할 수 있을만큼 어머니 상태가 호전 되신 것만으로도 감사합니다.
정답은 강아지, 꼬챙이입니다.
‘고산 강아지 감 꼬챙이 물고 나서듯 한다’
감의 고장인 고산의 강아지가 뼈다귀 비슷한 감 꼬챙이만 보고도 물고 나온다는 얘기입니다, 살림이 궁한 사람이 평소에 먹고 싶던 것과 비슷한 것만 보아도 좋아함을 이르는 말입니다. 사는 게 얼마나 어려웠으면 감 꼬챙이만 보아도 달려가서 덥썩 물고 나서는지 상상을 해 봅니다.
우리가 절대의 빈곤, 즉 먹고 사는 문제에서 벗어나게 된지가 그렇게 오래 되지는 않았습니다. 지금이야 모든 게 넘치는 시대라고 하지만 그시절에는 한 끼를 먹느냐 굶느냐였습니다. 쉬운 말로 아침은 굶고, 점심은 건너 뛰고, 저녁은 그냥 잔다고 하는 웃지 못할 말도 있었습니다.
길에서 구두를 닦거나 신문을 팔아서 학비에 보태야 하는 학생들도 있었고 낮에 일을 하면서 밤에 공부를 하는 야간 학교를 다니기도했습니다. 그것도 못해서 또래 친구들이 학교에 갈 때 일을 해야 하는 청소년들도 있었습니다. 형제가 많은 집에서는 동생은 새옷을 입지 못했고 미술도구나 사전은 하나를 가지고 서로 돌려가며 써야 했습니다.
누구네집 잔칫날은 동네사람들이 다 모혔고 제삿날에도 쏟아지는 잠을 참으며 따라다니는 아이들도 있었습니다. 그래도 그 시절엔 배고픈 사람은 있어도 마음이 고픈 사람은 없었다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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