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이 오른 풋고추처럼 맵싸한 공기가 코끝을 아리게 하는 아침이었습니다. 두꺼운 패딩 코트를 입고 걷는데 마스크를 해도 얼굴이 시린 날을 견디는 길냥이들이 지나가는 사람들을 따라갑니다.
어제 주었을 듯한 물은 보기만 해도 싸늘해서 아무리 털 가진 짐승이라고 해서 선뜻 내키지 않을 것 같았습니다. 파크골프를 하던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여서 커피를 마시는데 아는 사람이 손짓으로 부릅니다. 추운데 운동도 좋지만 커피 한 잔 마시고 가라고 하는데 모르는 사람들이 많아서 사양했습니다.
조금 걷다 보니 길냥이들 생각이 납니다. 그냥 마시는 체하고 받아와서 그 아이들 주면 잘 먹을 텐데 하는 생각을 하니 다시 돌아가고 싶지만 그럴 수도 없어 그냥 지나갑니다. 개중에는 예쁜 짓을 하며 달려오는 아이들도 있고 제가 먹을 것을 주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는 양이들은 탐탁치 않은 눈길로 흘려보기도합니다.
소설도 지나고 나니 누가 말하지 않아도 가을이 물러가고 있는 것을 느끼게 합니다.
정답은 손톱, 발톱입니다.
‘손톱은 슬플 때마다 돋고 발톱은 기쁠 때마다 돋는다’
이 말은 손톱이 발톱보다 빨리 자란다는 데서 기쁨보다 슬픔이 더 많음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입니다.
인생이 행복하다고 느끼는 사람에게는 세상이 기쁜일이 더 많을 것 같습니다. 그러나 항상 우울하고 불만으로 가득한 사람에게는 세상이 눈물로 가득하다고 생각할 것 같습니다. 언제나 하게 되는 말이지만 실제로 기쁨과 슬픔 중에 어느 쪽이 더 많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다만 본인의 생각이나 삶에 비추어 그렇다고 느끼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오늘 아침에 얼마전 친정 어머니가 하늘나라에 가신 분을 만났습니다. 물론 언젠가 한 번은 가는 길이지만 늘 건강하시던 어머니라 별 걱정을 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그 전날까지 통화도 하고 곁에 사는 막내동생이 같이 식사도 하셨다고 하는데 밤새 안녕이라고 심정지로 손도 못 쓰고 하직을 하셨다는 말을 하면서 눈물이 볼을 타고 흘러내립니다.
우리는 은연중에 부모님 특히 어머니는 늘 내 곁에 머무르실 거라고 믿고 있습니다. 그러다 조금씩 증상을 보이면 병원으로 가기도 하고 치료가 잘 되어 집으로 오시기도 하고 또 그대로 세상을 뜨는 일도 있습니다. 그러나 갑작스럽게 닥친 일에는 허무한 마음을 어떻게 말로 다 표현할 길이 없습니다. 그런 사람에게 세상에는 기쁨이 더 많다고 하면 공감하기 어려운 말이 될 것입니다.
또 결혼을 앞두고 신혼의 단꿈에 부풀어 있는 예비신랑 신부에게 세상에 어두운 면을 얘기하는 것도 권장할 일은 아니겠지요. 그러면서도 손톱보다 발톱이 늦게 자라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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