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 든 • 손

in steemzzang •  yesterday 

돋아난 애기똥풀을 만나
봄이라고
반갑다고 인사를 했는데
밤 사이 약속이 깨졌다

눈이 날린다길을 잃고 갈팡질팡 하는 눈송이들

옷가게 쇼윈도우 차양이
졸고있던 눈의 엉덩이를 밀어낸다
나팔꽃 덩굴도 측백나무도
싸늘한 눈매로 팔짱을 낀다

늦은 겨울에야 가까스로 잠이 든
개동백꽃망울을 붙들고
눈이 부풀도록 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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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눈/ 오광수

​당신의 가슴 밑에서 잠자던 사랑이
나를 깨우며 이 땅의 눈으로 오는가
가슴께로 차오르며 피는 눈꽃이
쌓이지 않고 녹아드는 봄날의 오후
나는 고향집 굴뚝 밑에서 졸던 삽살개처럼
반쯤 뜬 눈으로 너를 만난다

이 땅을 이승이라 말하고
네가 닿은 땅을 저승이라 말한다면
너와 나 사이에 있는 그 강은
오늘 내리는 저 봄눈이다

지상에서 가장 먼저 상처 받고
가장 먼저 쓰러지며 넘어지는
불안하지만 아름다운 사랑

네가 흔들리며 가는 봄날의 저녁
모든 것들이 그만큼씩 무너지고
소문없이 사라진다

무너진 것들이 아름다운 이 폐허의 봄날
불빛 속에 봄눈이 가득하다
너와 나 사이 아름다운 눈물이 가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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