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 든 • 손

in steemzzang •  3 days ago 

바다가 잔잔한 날엔
하늘은 게으른 선비가 된다

높이 나는 갈매기의 날개를 간지러보고
모래벌을 달리다 발자국을 잃어버린 젊은 연인들의
반쯤 남은 카페라떼에 코를 박고
킁킁 냄새도 맡아보면서
게으름을 부리다

하는 수 없이
카페라떼의 거품을 잔뜩 묻혀
한 장을 넘긴다
철썩, 요란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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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와 나비/ 김기림

아무도 그에게 수심水深을 일러 준 일이 없기에
흰나비는 도무지 바다가 무섭지 않다

靑 무 밭인가 해서 내려갔다가는
어린 날개가 물결에 절어서
공주처럼 지쳐서 돌아온다

삼월달 바다가 꽃이 피지 않아서 서거픈
나비 허리에 새파란 초생달이 시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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