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에 깃든 詩 - 박경리/ 토지 11.

in steemzzang •  12 day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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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리 선생의 토지를 읽다보면 그 방대함과 등장인물들이 태생적이라할
가난과 한에서 벗어나려 할수록 조여들던 질곡과 아침이슬처럼 사라지던
영화와 권세의 덧없음이 씨실과 날실처럼 서로의 삶을 교차하고 드나들면서
강물처럼 흘러 물살이 나를 휘감았다.

오래 전에 삼국지를 세 번만 읽으면 세상사에 막힘이 없다고 했다.
그런데 최근에 또 그와 비슷한 말을 들었다. 토지를 세 번만 정독하면
이루지 못할 일이 없다고 한다.

우리 문학의 금자탑이라 할 토지를 다시 읽기 시작했다.
그리고 보석처럼 빛나는 문장을 발견하게 되는 행운이 찾아온다.

달이 없는 그믐밤이지만 수없이 나돋은 별빛에 사방은 희부염했다. 초여름이라고는 하나 밤의 냉기를 흠씬 머금은 강바람이 우삭오삭 살에 스며든다.

둘물이 팽팽하게 들어찬 강변은 별빛을 받아서라기보다 제물에 희번덕이고 있는 것 같았다.

하늘에서 눈보라같이 별이 쏟아져 내려왔다. 쏟아지는 별들은 반공중에서 제각이 맴을 돈다. 그러나 그것은 별이 아니었다. 월선의 눈에서 뛰는 어지러운 불꽃이었고 뛰는 가슴과 현기증에서 오는 불꽃의 난무였다.

  • 토지 1부 1권 13장, 무녀(巫女) 중에서-

제44회이달의작가상공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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