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트를 천만 개쯤 샀다. 이건 헌트에 대한 예의이기도 하다. 물론 지금은 스팀을 떠났지만 스팀잇에서 출발하여 여전히 성장하고 있는 프로젝트로, 아직까지 스팀잇을 지키고 있는 [스팀시티]의 마법사로서 나름의 동지의식을 가지고 있었건만, 좀 많이 무관심했다. 업비트에 상장하는 모습을 보고는 뒤늦게 불나방처럼 들어갔다 제대로 물리고, 손절해 나오면 오르고 다시 후다닥 들어가면 물리고를 몇 번 했던 것 같다. 그럼에도 그때마다 원망보다는 매번 기회를 놓치고 있다는 아쉬움이 더 컸다. 50원짜리가 지금은 1,000원이다. 20배. 1년 만의 일이다. 1년 만에 20배가 오르는 어떤 것을 인생에 가져 본 적이 있는가? 물론 하루에 오르는 것들도 여긴 많다.
"마법사님, 민트로 개인 토큰을 만들 수 있다는 데 아세요?"
시간의 지배자, 택슨님이 <20세기의 여름>에 합류하고 얼마 안 되어서 한 질문이었다. 스팀잇에서 포스팅으로 보고 알고는 있었지만 또 무관심했다. 아니 좀 어렵게 느껴졌다. 개별 코인의 생태계를 일일이 쫓는데 좀 지쳐있기도 했고 그래서 또 지나쳤는데. 얼마 전에 민트가 마구 상승하고 있다는 포스팅을 보고는 가격도 알아보지 않고 사버렸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스왑해 버렸다. 스왑을 한 건 익숙하다는 이유만으로 들어간 노동 코인의 먹튀에 제대로 한 방을 먹었기 때문이다.
노동 코인을 처음 만나고는 매우 반가웠다. 익숙했기 때문이다. 그것은 8시간, 16시간마다 단순반복적 작업을 요하는 체인이었다. (그러면 코인을 준다.) 그런데 그것은 말 그대로 체인이었다. 사람의 시간을 꽁꽁 묶어둬 버리기 때문이다. 그걸 반복하려다 보니 머릿속 일부분은 그것의 시계가 계속 돌아가고 있다. 반복 노동을 놓치거나 늦지 않으려 노력해야 한다. 출석 체크니까. 그것은 익숙하니까. 좌뇌는 노동은 신성한 것이라며 이런 코인이라면 얼마든지 해야 한다며 손 벌려 환영했다. 그러나 돌아온 것은 노동의 배신이었다. 블록체인/암호화폐를 빙자했으나 그것 역시 세상이 노동자를 대하는 방식이나 다를 것이 없었다. 노동의 피곤함만 남고 가치는 사라져 버린. (여기도 그렇게 되어버렸지만)
우리는 그것에 익숙하다. 9to5에 익숙하고 반복되는 일상에 익숙하고 거대한 기회보다는 일정한 부스러기가 더 좋다. 위험은 회피하고 기회는 부담이고, 안정만 될 수 있다면 안전만 할 수 있다면 노예로 살아가는 것을 더 선호한다. 위험한 부자보다. 그런 이들이 가족에 목을 매고, 국가를 아버지 삼고, 노동의 가치는 신성하다며 근무시간에 커피와 담배를 핑계로 노닥거리며 일도 하지 않으면서 땀은 헬스장에서나 흘리고 있는 것이다. 언제 노동 노예의 사슬이 잘리지 않을까 전전긍긍하는 스트레스로 찐 살을 빼보려고.
자본주의는 노동을 근간으로 하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말 그대로 자본주의, 자본이 주는 기회를 근간으로 한다. 누가 먼저 가능성을 알아보고 싹도 나지 않은 씨앗에 열매를 주는가로 가치를 획득하게 된다. 물론 아무리 물을 주어도 자라지 않는 것들이 대부분이다. 그중에서 잘 자랄만 한 무엇을 찾아내는 것이 실력이다. 노동의 세계는 시간을 가져다 바치면 대가를 주지만 자본의 세계는 시간이 아닌 기회를 획득해야 한다. 익숙한 눈이 아닌 새로움을 분별할 수 있는 눈을 가져야 한다. 수렵채집의 시대가 끝나고 농경의 시대가 시작되었을 때의 변화만큼이나 노동의 시대가 끝나고 자본의 시대가 시작된 이 시대 역시 가치 획득의 방식이 달라져야 하는 것이다. 그런 이해를 아직 우리들 대부분은 가지고 있지 못하다. 밭 가는 사람을 보며 그냥 나가서 열매를 따 먹으면 되지 왜 저러고 힘들게 밭을 가나? 하던 시절의 사람들처럼. 물론 그들 대부분이 누구의 것도 아닌 대지에 선을 긋고 여기가 내 땅이다 한 지주들의 노예로 살아가게 된 것은 역사가 증명하고 있다.
그게 나쁜가? 땀 흘리지 않고 버는 불로소득이 나쁜가? 어차피 대지주의 노예로 사는 것은 다름이 없는데 그게 신성한 노동의 소득인가? 노예의 새경이 아니고? 가치는 말 그대로 중립적이다. 상상이 현실이 되는 전자의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는 어서 빨리 신적 지위를 받아들여야 한다. 그것은 3차원적 노동에서 벗어나 이미 멀티 유니버스로 확장되어 버린 획득과 보상 세계의 문법을 익히는 일이다. 노예가 아닌 신이 된 인간의 현실을 받아들여야 한다. 준비 안 된 해방된 노예들처럼 먹고 살기 막막하니 다시 받아주세요 하지 말고.
기회가 없다고? 뭔지 모르겠다고? 이런, 이걸 보고 있는 너는 그런 소릴 할 자격이 없다. 아무거나 사도 오르는 시대에 살고 있으면서 용기가 없는 거지, 기회가 없다는 게 도대체 뭔 말이냐? 불안해 자꾸 손절해 버리는 네 손을 탓해야지 기회가 정말 없었단 말이냐?
마법사도 잠시 노예의 익숙함에 환호했다. 그리고 돌아온 배신에 열 받아서 노동 코인을 전부 민트로 바꿔 버렸다. 가격도 보지 않고. 이런, 아니나 다를까 역사점 신고점에 들어가 버렸다. 이전 같았으면 마음이 새카맣게 타들어 가며 '조때따'를 외쳤겠지만 이것은 무엇인가? 헌트의 토큰이 아닌가. 헌트가 가져다준 낭패감, 기회를 무시했다는 낭패감을 기억한다면 이것은 역사적 신고점이 아닌 역사의 시작점일 뿐이다. 1원도 하지 않는 그것의 미래가. (그러니 빨리들 사라. 시세 좀 오르게)
그러나 그것은 미래가 아니었다. 이것이 출범하고 역사적 신고점을 달성하기까지는 채 3개월도 걸리지 않았다. 그리고 상승률은 이번에도 20배다. 이번에는 3개월 만에. 심지어 무지성으로 스왑해버린 그것은 바로 한 주전까지도 시세가 1/20일이었으니, 아 이 막차 인생이여.
그러나 막차였을지는 몰라도 막장 노동 코인의 절망을 기대감으로 변환시켰고, 막차라도 차에 올라탔으니 성장은 아직 시작도 안 한 거라고 이미 수많은 이 세계의 동지 코인들이 빔으로 보여주고 있지 않은가? 20배? 하루에도 오르는 그것을. (멀지 않은 날, 이 포스팅으로 성지 순례 오시길)
사람들은 그래서 허망하다며 신기루 같다며 놀리고 비아냥거리고 우습게 여기면서도 어디서 사면 되냐고, 편의점에서 파냐고 물어댄다. 우습지만 노동의 습관과 익숙함에 무의식적으로 끌려 들어가는 내 손을 보면 '마법사라고? 너도 다르지 않잖아.'를 자조하게 된다. 미안, 나는 연금술사가 아니잖아.
무슨 소리! 자본의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는 누구나 연금술사다. 연금술사가 되어야 한다. 연금술이 뭔가? 모든 걸 금으로 바꿔버리는 기술 아닌가? 금이 뭔가? 금이 화폐가 아니면 모든 걸 금으로 만들 필요가 있겠는가? 그런데 이 시대는 누구나 화폐를 만들 수 있고 발행 할 수 있다. 온갖 것들이 금으로 변환되고 있으니 이것이야말로 연금술이 아닌가. 그런 코인이란다. 마법사가 천만 개나 산 민트 코인이. 니 맘대로 코인을 만들 수 있는 거란다. 그래서 시간의 지배자 택슨님도 그것으로 자기 코인을 발행했다던데 정작 민트는 안 샀단다. 그러면서 펍에서 노동을 하고 있다. 돈은 투자로 벌면서. 펍에서 받은 월급으로는 우리들 야식을 사주고 있다. 이게 뭘까?
우리들 대부분도 이게 뭘까? 하며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 이건 이제 시작되었을 뿐이다. 마치 인간이 불을 다루기 시작한 그때처럼 우리는 아직 이것의 활용도와 가치를 알지 못한다. 그래서 무서워하고 두려워만 하고 있다. 그러나 이제는 인간이 노예가 아닌 신이 되었다는 사실을 이것이 일깨워 주고 있다.
인간은 에덴동산의 저주를 받아 노동을 하게 되었다. 그러므로 노동은 신성한 것이 아니라 저주다. 그것을 신성한 것으로 세뇌시킨 이들은 언제나 기회의 신들이었다. 그들은 고대로부터 전해져오는 비의를 알고 있다는 비밀결사로 숨겨져 있는 듯했지만, 실은 그대의 머리 위에서 위험을 감수하며 기회의 가치를 획득해 온 용맹한 전사들일 뿐이다. 그들은 획득한 기회를 공유하지 않고 멍청한 노예들에게 끼니를 거르지 않게 해주는 대가로 기회의 공간을 쳐다도 보지 못하게 묶어두는 흑마법을 시전해 왔다. 그 사이 대부분의 인간들은 노동의 신성성이라는 교리를 십계명으로 받아들고 열심히 삽질을 해 온 것이다. 그러니 이것은 새로 시작된 일도 아니다. 연금술의 돌이 눈에 보이지 않는 코인이 아니라 눈에 보이는 물질이었을 뿐.
마법사는 이미 20배나 올라버린 이것을 천만 개나 사 들고 절망하기보다 기대감에 부풀어 올랐다. 이것은 헌트의 그것이 아닌가? 우리는 다시 농경시대를 끝내고 수렵 채집, 사냥의 헌트 시대로 돌아왔는지 모른다. 코인을 줍줍하고 타인의 달란트를 헌팅하는 이 새로운 시대는 오로지 기회를 알아보는 눈과 쫄지 않고 버텨내는 용기만으로도 부자가 될 수 있는 시대인 것이다. 땅과 금, 석유 같은 것들을 가지고 있지 않아도 말이다.
그래서 누군가는 단지 400만원 어치 코인을 샀을 뿐인데 1년 만에 1조를 벌기도 했단다. 그런 일이야 이 바닥에서 비일비재하게 일어나는 일이니 놀랍지도 않지만, 땅과 금, 석유를 가진 누구도 1년 만에 그렇게 벌지는 못했을 거다. 그런 세상에 살면서 노동의 신성함을 여전히 숭상하는 그대야말로 현실감각 없는 사이비 종교인이 아닌가?
내가 그렇다고 우리가 그랬다고 자아비판을 하는 것이다. 20세기소년에서 우리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