뭘로 듣지?
나는 몇 년 전, 샌프란시스코의 지하철역에서 우연히 만난 버스커에게 마음을 빼앗겼습니다. 지친 여행 중에 가슴을 행복하게 적셔주는 그의 노래에 위로를 받고는, 보답하고자 가지고 있던 지갑에 들어 있던 동전 모두를 털어 그의 기타 가방에 쏟아주었습니다. 여행이 계속되는 동안 주로 지폐로 계산을 했던 터라 거스름돈으로 받은 동전이 꽤나 되는 금액이었습니다. 아깝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아쉬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버스커에게 가장 큰 보답은 그의 음악이 담긴 음반을 사주는 것일 테니까요. 물론 그러고 싶은 마음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럴 수 없었습니다. 나는 이제 CD 플레이어를 가지고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나만 그런 건 아닐 겁니다. 클라우드 서비스가 대세가 된 후 요즘은 컴퓨터에 CD롬이 달려 나오지 않습니다. 데이터 저장의 방식이 바뀌었기 때문입니다. 덕분에 콘텐츠의 재생방식도 변화하였습니다. 콘텐츠가 몸을 잃게 된 결정적인 장면입니다. 변화된 데이터 저장방식은 소비자의 콘텐츠 경험의 방식 자체를 바꾸었습니다. CD플레이어, DVD플레이어, 비디오 데크와 같은 각종 재생을 위한 플레이어들이 자취를 감추고 그 자리를 스마트단말기들이 대신하기 시작했습니다. 오디오조차 플레이어가 생략된 블루투스 스피커가 대세가 되었습니다. 취미로 LP를 수집하던가, 오래된 전축이나 컴포넌트 오디오 시스템을 아직 처분하지 않고 있는 경우를 제외하곤, 대부분의 사람들은 CD나 DVD를 재생할 수 있는 플레이어를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콘텐츠 산업이 빠르게 클라우드 데이터로 형식을 체인지 당하면서 몸을 상실하게 되자, 그 몸을 재생해 줄 플레이어들 역시 자취를 감추게 된 것입니다. 덕분에 음원 데이터가 된 음반은 10곡 내외의 정규앨범의 형식을 벗어나 단일 곡의 싱글앨범 형태로 출시되고 있습니다.
[INTRO]
마법사입니다. 그렇다구요.
마법의 열차는 불시 도착, 정시 발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