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아침 일찍 20세기 소년에 갔다가 마감까지 함께 하고 12시가 넘어서야 집에 도착하게 되었다.
20세기 영화제 프로그램인 킴리님과 광희 작가님이 진행하시는 리대광을 재밌게 보고(어제 영화는 400번의 구타였다) 하이볼을 마시며 대화를 나누었다.
지난 글을 쓴 이후로 내가 뭘 할 수 있을까, 이들에게 어떤 도움이 될 수 있을까에 대해 계속 생각해보게 되었는데 쉽게 답이 나오지 않았다. 여전히 일은 하기 싫었다.
나는 20세기 소년의 다른 일은 신경도 안 쓰면서도 매장에서 나오는 음악의 볼륨이나 선곡에는 꽤 예민한 편이다. 보통은 틀어져 있는 음악을 듣지만, 가끔 듣고 싶은 음악이 생기면 그 앨범을 두어 번 정도 처음부터 끝까지 돌리는 것이 나만의 소소한 즐거움인데, 어제는 내가 튼 음악이 저녁 시간의 바와 어울리지 않아 무척 괴로웠다.
리대광이 끝나고 차분히 가라앉은 저녁, 20세기 소년과 잘 어울릴 것 같은 음악이 떠올랐는데, 아티스트와 제목이 기억나지 않아 미칠 것 같은 괴로움을 느꼈다. 그 곡의 베이스 리프가 떠올랐고, Air의 이름까지도 떠올랐지만 나의 기억력을 의심하며 적극적으로 찾는 것을 포기했다.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고른 유튜브 뮤직 Mix가 나쁘지 않아 그런대로 저녁 시간을 보낼 수는 있었지만, 어제의 답답함이 사라지지 않아 오늘은 그 곡을 찾아보았다.
이거였다. (어제 같이 들을 수 있었다면 넘 좋았을 텐데ㅠㅠ)
Air - La femme d'argent
내가 찾은 20세기 소년에서 할 수 있는, 하고 싶은 일이 이것 하나라 당분간은 좀 더 책임감을 가지고 음악을 담당해보겠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어제는 바 구석에 앉아 우리가 마을을 이뤄 함께 사는 상상을 했는데, 그런 이야기를 하다 다시 또 내가 뭘 할 수 있을까에 대한 이야기를 하게 됐다. 이번에도 음악만 하라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그들에게서 듣는 그 말이 나를 정말 고맙고 행복하게 했다. 이들은 정말 내가 음악만 하기를 바라고, 심지어 내가 그것을 잘 할 수 있다고 믿는 것일까?
어제는 공사 때문에 물을 쓰지 못해 마감 때는 설거지가 산더미처럼 쌓여있었다. 설거지하고 그릇을 정리하느라 분주한 풍경을 나는 가만히 바라만 보고 있었고, 심지어는 그러다 지쳐 잠깐 잠까지 들었다. 나는 이곳에서 문득문득 나의 존재가치를 의심하게 되고, 부족한 내 모습에 자괴감에 빠지게 되지만 그들이 나에게 바라는 것은 나의 존재 그 자체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그것을 믿고 앞으로는 미안함보다는 감사함을 더 많이 표현하기로 했다.
나루 님이 할 수 있는 일을 애써 찾으려고 하실 필요가 없을 겁니다.^^어느 순간 하고 계실테니까요. 지금도 하고 계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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