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나는 가만히 있는 것이 두려워 움직이려 하는 것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휘청휘청 비척비척하는 날을 보내고 있다. 안 그래도 '약해 빠진'이라는 수식어를 달고 있는 나인데, 나 스스로도 내가 불안하게 느껴질 정도이니 사람들 눈엔 내가 어떻게 보일지 엄두도 나지 않는다. 뭐라도 해보겠다고 끔찍한 마음으로 20세기 소년을 가게 되고, 정신을 놓은 채 있는 게 사람들에게 너무나도 미안했다.
어제는 소수점의 깜짝 방문이 있었는데, 나는 정말로 이런 때에 소수점을 보게 돼 무척 기뻤다. 소수점은 내가 아는 사람 중 가장 강한 사람이고, 그래서 약해 빠진 내가 아무리 잡고 흔들어도 꿈쩍도 안 할 것 같았다. 소수점을 붙잡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다. 소수점은 내가 약하면 강한 친구를 사귀면 된다고 했다. 그 얘기를 들으며 '난 이미 강한 친구가 있는데 그건 소수점 너잖아'라고 생각했다.
어제는 이곳에 언니도 있고 오빠도 있고 동생도 있고 친구도 있고 마법사까지 있으니 너무 좋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곳이 어딨어.
일찍 20세기 소년을 나서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모두에게 다 따로 카톡을 보냈다. 미안함과 고마움이 혼재한 어려운 마음이었다. 나의 마음을 전부 표현할 순 없었지만, 그래도 그렇게라도 표현하지 않고서는 견디기가 힘들 것 같았다.
오늘은 눈을 뜨자마자 스타벅스에 왔다. 늘 그랬듯 답답한 마음에 오게 되었다. 선셋 롤러코스터의 음악으로 마음을 가다듬으며 습관처럼 메일을 확인했는데, 이상한 메일이 와 있었다.
이게 뭐지...?
적혀있는 크레딧으로는 짐작도 할 수 없는 파일을 열어보았다. 내 곡을 무반주로 부르는 택슨 오빠의 목소리로 시작되었다. 택슨 오빠 뒤에는 소수점이 노래를 불렀다. 사랑가를 부르는 소수점이라니.
중간엔 라라언니가 플룻까지 불었고, 중간중간 내 피아노 연주와 함께 내 목소리도 나왔다. 모두가 원작자의 의도를 무시한 채 제 멋대로 부르는 해괴한 파일이었다.
그 해괴한 음악을 몇 초쯤 듣다가, 나는 지금 내가 스타벅스인 것도 잊고 엉엉 소리 내 울고 말았다.
지금 나의 존재가 부담일 것이라는 생각, 그런 생각이 무색해질 만큼 더 크고 넓게 감싸주는 마음.
이것을 어떻게 만들었을까. 왜 하게 됐고, 어디서 녹음했고, 왜 킴리님은 노래를 부르지 않았을까? 궁금한 것이 너무 많다. 이따 가서 물어봐야지. 당분간은 좀 휘청이지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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ㅎㅎ 무탈히 잘 지내고 계신가요? 정말 오랜만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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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소녀마스코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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