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일본에서 좋아하는 것 중의 하나는 바로 숲이다. 한국에서는 잘 찾아 볼 수 없는 음침한 숲의 기운이 일본에는 있다. 산에 심어져 있는 나무만 봐도 한국과 일본의 차이가 명백하다. 일본에는 소나무가 굉장히 드물다. 일본의 숲에는 삼나무와 편백나무가 빽빽히 들어서 있어 햇빛은 잘 들어오지 않고, 계곡물은 졸졸 흘러 땅은 축축하다. 나뭇잎들 사이로 새어나오는 햇빛과 여우비가 만나면 장관을 이룬다. 습도가 높은 일본은 이끼가 여기저기 붙어있고 공기는 수분으로 가득하다. 나무들의 키는 수십미터가 훌쩍 넘어 자칫 잘못하면 길을 잃을 수 있어 GPS단말기는 필수품이다. 이웃집 토토로나 원령공주와 같은 이야기가 괜히 나온게 아니라는 생각이 절로 든다.
혼자 음침한 산에 등산한 적이 한 번 있다. 앞 뒤로 사람은 없고 숲 속을 나 홀로 걸었다. 비가 오는 것도 아닌데 어딘 가에서 물이 떨어지는 소리가 들리고, 뭔지 모를 생명체가 물 속에서 첨벙 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일본 회전초밥 체인점 이름으로도 유명한 갓빠가 아닐까 생각했다. 갓빠는 귀여운 요괴로 그려지는 일도 허다하지만, 그렇게 혼자 산속을 걷다가 만나면 난 아마 기절초풍을 할지도 모른다. 걸음걸이가 나도 모르게 빨라졌다.
축축하고, 기묘하고, 녹음 가득 한 일본의 숲이지만, 이게 꽤나 매력적이다.
귀엽. 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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