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에 사진을 올리면 그 사진 속의 풍경이나 인물에 집중하기 마련이다. 따로 언급하지 않는 이상, 누가 그 사진을 찍었느냐는 드러나지 않는다.
지난해 가을 산티아고 순례길을 걸을 때 이 사진을 찍었다. 모델은 당연히 나다. 아이폰이 "For You"라며 툭 하고 던진 이 사진. 누가 찍었을까? 나는 한참 생각했다. 누가 이토록 근사한 사진을 찍어주었을까. 잠시 기억이 머뭇거렸다. 그 즈음에 만난 카미노 아미고(순례길 친구)가 여럿 엇갈렸기 때문이다.
그걸 기억하지 못하는 건 대단한 실례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나는 기억을 최대한 되살려내려고 노력했다. 그때 누굴 만났지? 아이폰의 사진앱으로 사진이 찍힌 날을 찾았다. 한 사람이 보였다. 로테르담에 살았던, 그러나 지금은 홍콩으로 돌아간 잭 챈이었다.
잭을 만난 건 순례길 초반의 행운이었다. 그는 왕성한 에너지와 호기심으로 순례길의 지루함을 잊게 해주었을 뿐 아니라 일찌감치 고장난 내 무릎을 위해 특효약을 전해주기도 했다. 그리고 이토록 멋진 사진을 남겨주었다.
한 해가 지나고, 2021년 10월 중순 그는 내가 머물고 있는 프랑스의 릴까지 직접 차를 몰고 왔다. 우리는 4박 5일간의 네덜란드 여행을 함께 했다. 순례길에서 나누던 대화와는 전혀 다른, 아주 많은 얘기를 나눴다. 홍콩의 현재, 한반도의 현재에 대해서.
그는 짐작컨대, 나보다 15년 이상 나이가 많지만 그딴 건 중요하지 않다. 어쨌든 며칠간의 순례길 동행으로 지구 반대편의 사람끼리도 친구가 될 수 있었던 것이다. 중요한 건, 처음 만난 사람은 친구라고 할 수 없다. 다시 만나야 친구다. 반드시 다시 만나지 않으면 친구라는 수사는 그저 립서비스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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