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rd가 왔다.

in stimcity •  3 years ago  (edited)

목요일은 쉬는 날이라 일부러 백신을 느즈막히 맞고 집에서 쉴 요량으로 4시 예약을 해뒀다. 근데 하필 킴리님이 나루님을 위해 투자한 nord가 오는 날과 겹쳤다. 역사적인 순간을 놓칠 수 없지 않은가?

"춘자님! 도착 예정 시간이 어떻게 되나요?"
"어제 밤부터 중구였고요. 3시~11시요."

추석 연휴를 감안하더라도 지나치게 융통성 넘치는 쿠팡의 도착 예정 시간 때문에 초조했다. 3시에 도착한다면 언박싱을 보고 택시를 타고 낙성대로 가려는 생각으로 1시쯤 20세기 소년으로 향했다. 밤부터 중구에 있었다면 3시 도착이 불가능한 일은 아닐거란 계산이었다. 20세기 소년에 도착하니 다들 격식을 차린 복장이었는데 그 중 압도적인 차림새는 당연하지만 킴리님이다. 투자자인 그는 정장을 쫙 빼 입고 머리도 매끈하게, 하지만 자연스럽게 넘겼다. 전날 프랑스어 공부에 음주에 수다에 체력 방전으로 집에 기어간 나루님은 제대로 잠도 못 자 이미 영혼이 탈탈탈 탈곡된 상태였다. 옹기종기 모여 흥미로운 대화를 나누다 이제 정말 병원에 가지 않으면 안 될 시간에 움직였다. 부리나케 백신을 맞으러 가는 중에 야속하게도 nord가 도착했다. 초조한 마음에 접종을 마치고 택시를 타고 날라가 nord 언박싱과 시연회를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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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사각형의 커다란 상자를 벗고 세상에 나온 노드는 붉었다. 어떻게 다뤄야할지 몰라 한참을 선을 꽂고 복잡하게 정렬된 스위치를 누르다 '띵'하고 첫소리가 터져나왔다. 갓 태어나 침묵하다 숨과 함께 토해지는 아기의 첫 울음소리라도 듣는 듯 감격스러웠다. 응애...나루님은 첫 연주는 투자자 킴리님의 요청에 따라 빌리 조엘의 and so it goes 였다. 서툰듯 진솔하고 담담하게 부르는 킴리님의 노래와 마음을 어루만지는 듯한 잔잔한 연주에 춘자님은 오열을 했고 나도 눈시울이 붉어지다 이내 울고 말았다. 가사가 궁금해 찾아보고는 또 다시 울어 버렸...

And so it goes

In every heart there is a room
모두의 마음 속에는 방이 있어

A sanctuary safe and strong
강하고 안전한 안식처

To heal the wounds from lovers past
지나간 사랑의 상처를 치유해주지

Until a new one comes along
새로운 사랑이 오기까지

I spoken to you in cautious tones
나는 네게 조심스레 말을 했고

You answered me with no pretense
너는 솔직하게 대답했지

And still I feel I said too much
그런데도 너무 많은 말을 한 듯해

My silences is my self defense
나의 침묵은 나의 방어

And every time I've held a rose
장미를 들었을 때 나는 매번

It seems I only felt the thorns
항상 가시만 닿는 듯해

And so it goes, and so it goes
그렇게, 그렇게

And so will you soon I suppose
너도 그렇게 되겠지

But if my silence made you leave
하지만 나의 침묵이 너를 떠나게 했다면

Then that would be my worst mistake
그건 내 최악의 실수일거야

So I will share this room with you
그러니 이 공간을 너와 나눌래

And you can have this heart to break
그리고 내 마음을 가져가, 부숴도 좋아

And this is why my eyes are closed
그래서 내가 눈을 감고 있는거야

It's just as well for all I've seen
내가 봐온 모든 것을 생각하면 자연스러워

And so it goes, and so it goes
그렇게, 그렇게

And you're the only one who knows
이건 너만 아는거야

So I would choose to be with you
그러니 나는 너와 함께할래

That's if the choice were mine to make
그게 만약 내가 선택할 수 있는 것이었다면

But you can make decisions too
하지만 너도 결정을 내릴 수 있으니깐

And you can have this heart to break
그러니 너는 이 내 마음을 부숴도 좋아

And so it goes, and so it goes
그렇게, 그렇게

And you're the only one who knows
이건 너만 아는거야

우리는 마음의 공간도, 현실의 공간도 함께 나눌 것이다. 가끔은 너무 말을 많이 해서, 가끔은 나를 방어하기 위해 침묵해서 오해가 쌓일수도 상처를 입힐 수도 있겠지. 하지만 우리는 모두, 함께 하는 것을 선택했다. 이것은 우리 모두의 자발적 선택이자 결정, 그리고 운명. 그리고 그것은 계속된다. 유라시아 횡단의 종지부를 찍는 릴에서 그 여정의 엔딩송은 이 노래여여만 한다고 우리는 모두 다같이 생각했다. 생각만으로도 이미 가슴이 뭉클해졌다.

건반을 계속 만지며 단지 기쁨이라는 단어로만으로는 표현할 수 없는 복잡한 감정을 오르락 내리락하는 나루님을 보고, 그녀의 연주를 들으며 나 역시 행복하고 황홀하지만 멀미 기운이 얼마간 이어졌다. 돈으로 행복을 살 수 없다지만 킴리님의 투자는 나루님에게 잊을 수 없는 순간과 최고의 창작의 도구를, 우리에게는 그녀의 연주를 사치하듯 누리며 노래로 발산할 수 있는 기회와 영감을 주었다. 선순환이다.

nord의 탄생을 축하하며 케잌과 와인을 나눠마시는데 하늘색 셔츠를 입은 소수점님이 등장한다.

"오늘 드레스 코드가 정장이라길래 맞춰 입었어요."

그의 손에는 술과 책이 한아름 들려있다. 우리는 nord를 앞에 두고 일렬로 서서 기념 사진을 찍었다.

"2021년에서 가장 감동스러운 날이에요, 오늘."

나루님과 킴리님의 공연을 보고 감격해서 외친 춘자님의 말처럼 오늘은 정말 잊지 못할, 행복과 감동으로 가득찼던 날이다.

그리고 그것은 계속된다.

노래를 들고 싶으면 이곳으로!
https://steemit.com/stimcity/@stimcity/aga8v-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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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애

키보드색이 눈에 딱 들어오네요.
20세기소년에 가면 볼 수 있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