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주식 시장을 들여다보면 희한한 것이 하나 있다. 공매도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정확히 말하면, 개인만 공매도가 불가능하다. 기관과 외국인은 가능하다. 즉, 주식 시장의 참여자들은 계급이 나뉘어져 있으며, 기관과 외국인은 내국 개인에 비해 기회적 측면에서 특혜를 받고 있다. 기관은 결국 거대 자본의 인터페이스임을 생각하며, 기득권층과 외국인이 상전이고 내국인이 하인인 전형적인 후진국형 차별이다.
한국의 금융 시스템은 정부 독점 사업이다. 여러 기관들이 있긴 하지만, 실질적으로 대부분 정부의 말단 인터페이스에 불과하며, 정부 입김에서 벗어나는 일은 하기 어렵다. 한국 주식 시장에서 돈이 빠져 나가면 자본 조달이 어려워지므로 한국 정부는 가능한한 돈을 주식 시장에 묶어 놓고 싶어하며, 그렇기에 주가를 떨굴 가능성이 높은 공매도를 좋아하지 않는다. 그 결과로, 기관들은 공매도에 소극적이 된다. 현재 공매도 대부분은 외국인들이 하는 것이다. 즉, 주가 하락에 대한 수익은 대부분 외국인들이 가져가고, 내국인은 한국 국적은 가졌다는 이유로 해당 수익을 얻는 것이 허락되지 않는다.
나는 공매도에 대한 비판이 일부 언론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라고 본다. 왜냐면 개인에게도 공매도가 허용된다면 주가가 떨어질 것 같으면 공매도로 이익을 얻으면 그만이다. 그것이 불가능하다는게 실제 불만일 것이고, 일부 언론은 이를 교묘히 포장해 공매도 자체가 나쁜 것이라 호도하고, 많은 사람들은 이유도 모르고 공매도를 반대하게 된다. 그 사람들에게 공매도를 반대하는 이유가 뭔지 설명하라 하면 공매도 때문에 주가가 내려가기 때문이라고 한다. 굉장한 의견이다.
주가는 기업가치가 떨어졌기 때문에 떨어지는 것이다. 공매도로 주가를 컨트롤할 수 있다면 공매도가 완전히 허용된 미국의 주가는 왜 폭락하지 않는가.
왜 시스템이 이렇게 되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이 시스템이 말하는 바는 뻔하다. 개미들은 그냥 돈만 넣고 생각을 하지 말라는 것이다. 오르기만 바라고 내리는 것은 생각도 하지 말라는 것이다. 이런 시스템 하에서는 사람들이 오르기만 바라므로 가격 상승에 대한 기대가 커지고, 가격은 그만큼 더 부풀려진다. 내 생각에는 상당수 한국의 주식은 실제 적정가보다 고평가되어 있을 확률이 높다. 특히 외국인들이 관심을 가지기 힘든 소형주들은 가격 거품이 상당할 것이다. 그렇게 규모가 작은 종목들은 외국인 대신 기관들이 공매도 수익을 가져가고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