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동학개미 – 주린이에서 퀀트투자자가 되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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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초, 맞벌이인 우리는 10년째 작성해오던 가계부와 현금흐름표, 재무제표와 은퇴 후 예상 현금흐름을 통해 월급만 받아 쟁여 놓아서는 노후에 돈으로부터 자유롭게 살기 어렵다는 결론을 확인하고 있었다. 노후에 돈으로부터 자유로와지기 위한 방법을 찾기 위해 부동산 투자에도 기웃거려 보았지만 맞벌이에 아이가 셋인 우리 부부에게는 시간적으로 무척 감당하기 힘든 재테크 방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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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세에 직장생활을 시작하는 일반적인 외벌이 직장인이 100세까지 살 때의 예상 현금흐름 – 가장 큰 적은 물가상승률이다]

이 즈음 회사에서 같이 친하게 지내는 동료들과 재테크 동아리 회장을 하던 나는 2017년 하반기부터 투자금을 조금씩 늘리던 주식에 집중하기 위해 2018년 초 재테크 동아리를 주식동아리로 본격 전환하겠다는 선언을 했고, 주변에 주식투자를 하고 있는 동료들을 모아 재테크 동아리 2기를 시작했다. 처음에는 나를 포함해 대부분 주린이었다. 하지만 내가 만든 노후의 예상 현금흐름 그래프를 본 회원들은 모두 재테크의 중요성을 공감했고, 다같이 주식을 공부하기 시작했다. 기업 공시사이트에서 재무제표 및 기업보고서를 보는 법, 애널리스트 기업분석 보고서를 찾는 법, 기업분석 하는 법 등을 서로서로 찾아 공유하고 격려했다. 때마침 유튜브에서는 메리츠자산운용의 존 리 대표께서 주식투자가 중요하다는 영상을 많이 올리고 계셨는데, 우리 동아리가 지향하는 은퇴 후의 ‘금전적’ 자유와 맥이 닿아 있었다. 우리나라에서 2020년에 몰아쳤던 소위 개미들의 ‘동학혁명’을 우리 동아리에서는 2018년에 시작한 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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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동아리의 구루가 된 존 리 대표님 (나는 아직 개인적으로 뵌 적은 한 번도 없다. 우리 동아리의 핵심 멤버 한 분이 대표님과 같이 찍은 사진이 있던데, 나도 언젠가는 꼭 뵙고 싶다.)]

재테크 수단으로 주식을 선택하고 본격 투자를 시작한 지 약 3년 반이 되었지만, 2017년 하반기에 시작했던 주식투자는 2019년까지도 별반 재미를 보지 못하고 있었다. 한국 증시는 ‘박스피’라는 별명에 걸맞게 몇 년째 2300대를 오르락내리락하며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고, 코스피와 코스닥을 B/M하고 있는 내 계좌 역시 딱히 B/M을 초과하는 수익을 내지 못하고 있었다. 다행히 2019년을 전후로 늘어나기 시작한 유튜브의 경제콘텐츠들은 우리가 지쳐갈 때면 자극제가 되어주거나 좋은 투자 아이디어를 주기도 했다. 특히 최근 백만 구독자를 넘어선 삼프로TV는 전문 애널리스트를 만나볼 기회가 없는 우리 개인투자자들에게 정말 좋은 정보를 꾸준히 전해주고 있다. (감사합니다~~~ ^^) 그러다가 2019년 12월 중국에서 바이러스가 번지기 시작했다는 뉴스가 나왔고, 우리나라에서는 초기에 잘 막다가 2020년 2월 신천지에서 시작된 바이러스가 3월 우리나라 증시를 세게 흔들기 시작했다. 지난 2년간 공부를 해서였을까, 우리 동아리 회원들은 하루에 10% 가까이 폭락을 거듭하는 지수를 보면서 일부 공포에 휩싸이는 사람도 있었지만 나를 포함한 대부분 회원은 보유한 현금을 그 동안 공부했던 종목에 올인하기 시작했다. 내 경우에도 대출을 갚기 위해 모아둔 일부 현금을 포함해 3월에는 모든 현금을 그 동안 공부했던 우량주에 밀어넣었다. 현금이 부족한 우리는 너무 일찍 소진된 현금을 아쉬워할 정도로 주가의 반등을 확신하고 있었고, 실제 2020년 우리는 그동안 경험해보지 못한 수익을 거둘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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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코스피(좌)와 코스닥(우) 그래프]

2020년을 폭풍같이 보낸 나는 요즘 변화된 일상을 보내고 있다. 매일 아침 새로 발표된 애널리스트들의 기업분석 리포트를 찾아 읽고, 유튜브의 삼프로TV를 통해 현업 애널리스트들의 육성을 들으며 성장하는 산업과 기업에 대한 눈을 가지려고 노력하고 있다. 또한 3년전만 해도 주린이였던 내가 요즘은 파이썬 코딩을 통해 상장된 기업 전체의 재무정보를 추출해 2000개가 넘는 상장기업 전체의 재무지표를 비교해가면서 소위 퀀트방식으로 좋은 기업들을 더욱 체계적으로 공부하고 있다. 물론 전문 애널리스트들이 유료로 사용하는 데이터와는 많은 차이가 있겠지만, 나쁜 기업을 걸러내고 좋은 기업 군을 필터링하는 데에는 부족함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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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접 만든 퀀트 파일 스냅샷]

요즘 주식시장에서는 한국 증시에 대한 과열 혹은 거품 논란이 한창이다. 주식시장에 참여한 지 3년이 좀 넘으면서 느끼는 게, 시장에서 얘기를 해야 하는 사람들은 늘 무언가 이슈에 대해 이야기를 해야 한다는 점이다. 채널은 열려있고, 시간은 채워야 하니까. 하지만 나에게는 아직 은퇴까지 15년의 시간이 남아있고, 올해의 증시가 과열인지 거품인지는 15년이라는 시간 속에서 큰 의미가 없지 않을까 생각을 해본다. 존 리 대표님 말씀대로 시장이 오르던 내리던, 과열이던 거품이던 은퇴를 바라보며 좋은 기업을 찾아 장기투자를 하려고 한다. 즐겨보는 유튜브 채널 중에 나처럼 직장인이면서 개미투자자인 JC라는 분이 있다. 그 분이 월별수익률 차트를 아래와 같이 정리를 하던데, 한 눈에 잘 들어오는 그래프라 나도 즐겨 애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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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별 투자원금 및 수익률 그래프]

주식투자를 하면서 생긴 또 하나의 큰 변화는 내 자신과 내 아이들의 미래에 대한 희망이 생긴 것이다. 내 아이들이 자라서도 우리와 같이 돈에 치여서 어렵게 고생스런 미래를 사는 게 아닐까 하는 고민이 요즘은 가슴 한 켠에서 많이 사그라들었다. 미래는 누구도 장담할 수 없겠지만, 최소한의 희망이라는 게 생기니, 주말부부인 우리가 즐거운 마음으로 한 주를 보내고 행복한 주말을 즐길 수 있게 되었다. 이 어려운 코로나 시국에도 불구하고.

P.S. 증시가 떨어지면 피해를 볼까 봐 주린이를 걱정하는 전문가 분들이 많다. 나 역시 주린이고 개미이다. 직장생활도 열심히 하고 있고, 은퇴하는 순간까지 회사를 위해 열심히 일 할 생각이다. 그 와중에 여가시간을 활용해 퀀트데이타 뽑아 기업분석 할 정도면 요즘 개미 한 번 믿어볼 만하지 않은가? 전문가 분들도 너무 걱정하지 마시고, 기관, 외국인과 더불어 제3의 투자주체로서 인정을 해주시면 고맙겠다. 왜냐하면 우리 개인들에게 유튜브와 기업분석 보고서로 과거 기관들에게만 주던 양질의 정보를 건네주며 투자의 세계로 안내한 게 바로 당신들이시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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