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 배달부/노자규
출처 : 노자규의 .. | 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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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 배달부
구름도 숨이 차서 쉬어가는
오지 산골마을엔
하루에 지나다니는 사람이라곤
나이 드신
할머니 할아버지와 개가 전부입니다
느리게 돌아가는
굽이굽이 저 산너머에
바깥세상 소식을 전하기 위해
매일 드나드는 우체부 아저씨가
때론 아들처럼
그나마 할머니 할아버지들에겐
유일한 벗이 된 지 오래고요
우체부 아저씨는
오르락내리락 하며,
바깥세상의 소식을
가장 빠른 발걸음으로 가져옵니다
“할머니..
안녕하셨어요
오늘은 서울 사는
아드님한테 편지가 왔네요 “
하루 종일 있어봐야
말 붙일 때라고는
강아지밖에 없는 일상 속에서
지나가다 혹 자신에게
온 편지하나 건네지는 게
큰 행복 같아 보입니다
금방이라도
죽을 것 같이 힘들어하시는 분이
벌떡 일어나
환하게 웃음 지으며 다가옵니다
“그 뜸 들이지 말고
싸게 읽어보더라고.. “
그렇게
한줄한줄 읽어 내려갈 때마다
할머니는 울음을 지으시다
손주 이야기에 웃음 지으시다
읽고 또 읽어
드리기를 서너 번은 해야 하는
고달픈 생활이지만
내 어머니 아버지 같은 이분들에게
작은 힘이나마 보탬이 될 수 있다면
손발이 되어주고 싶다는
맘씨 좋은 우체부 아저씨랍니다
거동이 불편한 집에
아궁이불도 봐주고 장작도 패 놓아주고
할아버지 담배 심부름에
할머니 방앗간 고추 빻아오기부터
잔심부름으로 받아오는 일이 더 많지만
싫은 내색 없이 늘 웃음 짓는 그는
빛과 소금의
파수꾼이 따로 없는듯합니다
우체부 아저씨의 오토바이가
행여 길에
미끄러지기라도 할까 봐
그가 오는 길에 앞서 풀을 베어 주시며
“어이,,, 김소식 그냥 가지 말고
와서 물이나 들고 가더라고... “
동네방네 바깥세상 소식을 전한다고
할아버지 할머니들께서
성을 붙여
“김소식”이라 부른답니다
“뭐니 뭐니 해도 자식들 키울 때가
제일 행복했었지.... “
라며 빈하늘만 올려다봅니다
“할머니 할아버지
어릴 적 자식들 모습이 보고 싶으세요 “
“그 시절로 다시 돌아갈 수
있기만 하다면 얼메나 좋을까이.. “
그날부터
우리의 행복 배달부는
할머니 할아버지들에게
지나간 추억 한편씩을
선물해 드리기로 마음먹었습니다
어느 날부터 인가
마을 골목길에는
할머니 할아버지들의 추억이 담긴
자식들의 어릴 적 이야기들이
담벼락에 담기지 시작했습니다
자식들의 어릴 적 사진을 받아
할머니... 할아버지들의
지나간
먼 기억의 추억 한 페이지를
가슴에 새겨드리고 있었던 것입니다
“이봐 김영감...
우리 영식이 어릴 때 하고 똑같네,, 그려
맞아 맞아
그놈 어찌나 개구쟁이였는지 말여... “
“과천댁
울 아들이 어릴 때 이리 이삐네,,“
“난 우리
영감 젊었을 때 애들하고 노는 것 보니
그때로 돌아간 것 같구먼...
어미 좋은 것.. “
오늘도
행복을 실은 오트바이가 지나는
산골 오지마을에
지난 추억을 심어 가고 있는
그를 할머니 할아버지들은
길 위의 천사라고 말합니다
출처/노자규의 골목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