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릿 속에서 천천히 이야기가 흐른다.
김동률의 기억의 습작과 함께, 교정에 나비가 움직인다.
‘바치스타 수술팀의 영광’ 중 접혀있는 한페이지의 아래 펄떡이는 심장이 있다.
글놀림이 기민하다.
재빨리 움직이는 손가락 아래 눌리는 타자감이 좋다.
흐르는 생각을 담는다. 손가락 사이로 흘러나가는 마음을 담는다.
배경과 시간은 혼미하다.
뉴턴의 프린키피아처럼 시간과 공간을 정의하지 않기로 한다.
중요한 것은 뿌리내려 있는 현시점이며, 뿌리를 끌어올리는 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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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트에서 삐져나온 실가닥 한 올이 거슬렸나보다.
람은 보기에 싫었던지 길고 쭉 뻗은 손가락으로 올을 잡아당긴다.
죽 딸려나오는 가닥이 오른쪽 옆구리를 구기니 람의 이마도 같이 구겨진다.
도로 집어 넣기는 늦었다.
끝까지 당기다 결국 잡아 끊었다. 주먹을 꽉 쥐니 정리되지 않은 손톱 자국이 바닥에 남는다.
손가락을 툭툭 털어 청록색 실 가닥을 허공으로 던진다.
금요일 저녁은 여느때와 같다. 6시 45분 선릉역. 8-4번 홈 끝자락에서 사람들이 밀어밀어 들어가는 문 앞에 우두커니 서 있다.
마지막으로 한번 밀고 들어가려는 듯 오른발을 밀어넣었지만, 곧 발을 뺀다.
이런 제스처 덕에 람은 줄 맨 앞에서 스크린 도어와 코를 맞대고 서 있다.
람의 핸드폰이 울린다.
‘늦어서 죄송합니다.’
가볍게 한숨을 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