틀림과 다름의 사이

in story •  4 years ago 

때는 2000년대 초 어느 여름방학.
어느 초등학생 저학년 남아.
소위 말하는 보통의 가정에서 자라는 보통의 아이,
보통의 옷을 입히고 보통의 것을 먹이고 보통의 생각을 하는 이 작은 어린아이에게 이 세상은 그저 보통일 뿐이었을지 모른다.

하지만 이 아이에게는 보통의 아이에겐 없을, 선천적으로 가지고 있는 '내성'이 있었다.

그것이 내성인지 뭔지,
내성으로서 발현되기 전까지는 몰랐겠지만 말이다.

이 작은 아이가 품은 내성은 그 작은 머리로 생각한 말을 입 밖으로 내뱉을 때의 자기 확신, 그 말의 확신을 누군가가 깨부수는 것에 대한 내성이었다.

하지만 이 능력을 그 인간 고유의 내성으로 발현하는 데에는 고통이 따랐다.

보통의 인간은 그 사람이 내뱉은 말의 확신을 타인에게 공격당하게 되면 자아가 파괴되고 자존감을 강제로 박탈당하며 의기소침해져 일상이 점점 힘들어진다.
이 과정들을 거치며 그 내성이 조금씩 생기는 것이다.

여름 방학이었다.
어느 보통의 가정과 같이 가족 여행을 갔다.

엄마, 아빠, 그리고 형.
해남의 땅끝마을과, 차를 실은 배, 보길도.

이 어린아이가 성인이 되어서도 다시는 없을 이때의 감정, 가족의 냄새, 가족의 따뜻함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던
정말 소중하고 행복한 시간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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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이번 여름 방학중 가장 재미있었던 일은 자동차를 타고 해남에 있는 땅끝마을로 놀러 간 것과 거기서 가까운 완도에 가서 자동차를 실은 큰 배를 타고 보길도로 가족여행을 갔다 온 것입니다."

이 짧은 한 문장을 발표하기 위해 공책에 두 번 세 번 적으며 연습했다.
이 짧은 한 문장에 그 아이는 두 번 공격당했다.

"차도 아니고 자동차래 푸하하"
"해남 아니고 남해 아니야? 왜 반대로 말해? 바보 아니야?"

이 작은 아이는 자신이 직접 경험한 내용과 배운 단어 하나하나에 확신을 담아 말로 내뱉었지만,
다른 아이들의, 그들만의 확신이 담긴 공격을 견디지 못했다.

준비 열심히 했는데,
내가 탄 거 자동차 맞는데...
내가 간 곳 해남 맞는데...

억장이 무너졌다.

그래도 선생님이 잘 말씀해주셨다.

"얘들아, 우리나라 남해에 전라남도 해남이라는 곳이 있단다. 거기에 우리나라의 끝인 땅끝마을도 있어."

이 작은 아이의 말이 맞았다.
차도 맞다.
자동차도 맞다.
남해도 맞다.
해남도 맞다.

틀리지 않았다.

그 아이들도 틀린 말이 아닌 맞는 말을 했다.
하지만 그 아이들은 잘못했다.
자신들과는 다른 말을 하는 한 아이를 틀렸다고 놀렸다.

그 어린 자아가 공격당해 무너지고 자존감을 박탈당하는 고통 속에서 이 아이의 첫 내성과 능력이 생겼다.

틀리지 않았다.

그러므로 공격이 통하지 않는다.
고통받을 필요도 없다.
이때부터 아프지 않았다.

틀렸다고 말하는 타인의 잘못된 말들.
거기서 틀림이 아닌 다름을 찾아내는 능력,
그 특별한 능력을 일찍이 꽃 피우고 있었다.

특별함은 다른 곳에서 오는 것이 아니다.
그리고 재능도 아니다.
깨달음이다.

틀린 것은 바로잡아 마땅하지만,
다른 것을 틀렸다고 하는 것이 가장 잘못된 것임은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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