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원

in sucre •  7 years ago  (edited)

얼굴.jpg

지금 하는 것들을 꾸준히 하다 보면 보일 내일을 그려본 적이 있다.
그 안에는 내가 보고 싶은 얼굴이 있었다.
조금은 설레고 긴장되는 그런 순간들을 그리면서 펼쳐왔던 꿈이었다.
비밀스럽게 말하고 싶지만 그러면 아무도 몰라줄 것을 알기에,
조금 더 세세한 설명을 해보겠다.
중고등학생 때부터 접해왔던 캘리그라피.
그때에는 참 새롭고 낯설고 잘 알려지지 않았던 세계의 것으로 그저 동경하기만 했던 것이었다.
나랑은 참 거리가 멀다고 생각했던 것을 이제는 내 손으로 직접 하고 있었고 그래서 더 명확한 꿈을 그리게 되었다.
캘리그라퍼, 마음을 담은 글씨를 쓰거나 혹은 그리는 사람.
그러나 나랑 가장 가까운 가족이라는 사람들은 나의 마음을 몰라도 너무 몰랐다.

"그거 해서 밥이 나오냐, 떡이 나오냐?"

딱히 이렇다 할 재능은 없어 그저 노력만 해왔던지라 달리 할 말은 없었다.
그렇다고 그냥 접고 싶지는 않았다.
가치가 없다고 생각했던 건지, 나에겐 소질이 없다고 생각했던 건지.
내 가족은 그 비슷한 말들로 나를 짓밟고 상처 주었다.
그래서 그만두기로 마음먹었다.

[ 보고 싶은 얼굴이 있었다. 너는 영영 모르겠지만... ]

이 글씨를 마지막 공지로 올리고 SNS 개인 페이지를 접었다.

.
.
.

그로부터 몇 달을 괴로워했고 가족을 원망했다.
그러다가 지금까지 벌써 1년 동안이나 글씨를 써 왔다는 걸 깨달았다.
그렇게 반대 속에서도 꾸준히 해왔다는 것을 깨닫고 나서 조금씩 다시 시작했다.
그렇지만 공개할 수는 없었다. 너무도 단호하게 더는 하지 않겠다고 선언했었기에.
그러다가 조금 더 시간이 지나 용기를 냈다.
이대로는 더 발전이 없겠다 싶었지만, 무엇보다도 글씨에 대한 욕심과 열정이 더 컸다.
바로 SNS 개인 계정을 다시 만들었고 새롭게 시작했다.
하나둘 글씨를 올리기 시작했고 새로운 글씨를 써보고자 했다.
제법 여러 날을 손에서 펜을 놓지 않았더니 글씨가 조금씩 나아지기 시작했다.
지금은 배열이 더 좋아졌다고 부모님께 약간의 인정 같은 것도 받게 되었다.

"당신은 영영 모르겠지만 나는 보고 싶은 얼굴이 있었어요."

언젠가 이렇게 말할 일이 사라진 것 같아서 기뻤다.
부디 이렇게 말하는 날이 영영 없기를, 영원히 바라고 바란다.

_슈크르

Authors get paid when people like you upvote their post.
If you enjoyed what you read here, create your account today and start earning FREE STEE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