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담수첩] 말복에 중복에 먹었던 것 꺼내보기. 오감만족, 속초 청초수물회.

in tasteem •  5 years ago  (edited)

title_image


일단 음악부터 깔고 시작합니다.

강원도 여행에서 돌아온 후 집에서 뉴스를 보는데, 낮에 다녀온 속초 바다의 밤 풍경이 나왔다. 불과 몇 시간 전에 나도 저기 있었는데! 기자는 오늘 속초가 전국에서 가장 뜨거웠다고 말하며, 그 때문에 그날부터 해수욕장 야간 개장이 시작됐다고 말했다. 그날이 중복이라는 것도 돌아와서야 알았다. 어쩐지 너무 덥더라니.

인제 원대리 자작나무 숲을 짧게 둘러보고 백담사로 향했다. 깊은 골짜기를 오르내리는 셔틀버스 창문 밖 풍경은 여전히 아름다웠다. 백담사는 겨울에만 두 번 다녀왔었는데, 전날의 비로 인해 물이 불어난 여름의 계곡은 더 장관이었다.

크기변환_KakaoTalk_20190810_165926404.jpg

꿀팁! 백담사 셔틀버스 좌석 선정. 오를 때는 기사님 뒷자리 왼쪽 좌석, 내려올 때는 출입문 쪽 오른쪽 좌석에 앉아야 계곡을 바라보며 놀이기구 타는 기분을 느낄 수 있어요!

짧게 오르내린 두 번의 산행에도 전날의 숙취가 가시지를 않는 것 같았다. 가려고 했던 양양의 물회집은 너무 먼 것 같았고, 가고 싶었던 속초의 '완도회식당'은 이미 문을 닫았을 시간이었다.

이것저것 다 때려 넣은 물회보다는 가자미나 오징어가 들어간 소박하지만 그래서 더 풍성할 것 같은 맛의 물회가 먹고 싶었었다. 수요미식회에 나왔던 '완도회식당'이 딱 적합했는데 다음 기회로 패스.

속초의 다른 물회집을 찾다가 두 군데의 물회집이 레이더망에 걸려들었다. 청초수물회, 봉포머구리집. 둘 다 4층 건물 전체가 물회집이 소유한 곳이었다. 속초 물회 양대 산맥인 것 같았다.

해장이 간절하니, 사골로 육수를 뽑아냈다는 청초수물회집으로 고고.

크기변환_KakaoTalk_20190810_165929047.jpg

출발하기 전부터 2인 기준 42,000원이라는 가격대가 부담스러웠는데, 건물을 마주하니 더 부담스러워졌다. 물회를 얼마나 팔았길래 한 프레임에도 담기지 않는 이런 큰 건물을 세웠을까.

크기변환_KakaoTalk_20190810_165930045.jpg

이런 외지인이 많이 찾을 것 같은 외모만 곱상한 데는 맛이 별로던데...라는 마음은 냉기 가득한 입구에 들어서자 사라졌다. 1층은 카페가 자리했다. 그 위로 두 개 층에서 물회를 파는 듯했다.

3층으로 안내를 받고 올라갔다. 점심시간대가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사람들로 붐볐다. 건물 입구에서는 보이지 않았던 풍경이 펼쳐져 있었다. 통유리로 된 건물의 바깥에는 청초호가 펄쳐져 있었다. 운이 좋게 창가쪽 자리로 안내를 받았다.

크기변환_KakaoTalk_20190810_165926953.jpg

이런 자리에서는 뭘 먹어도 맛있겠다는 느낌이 들 정도의 풍경이었다. 파노라마로만 담을 수 있는 뷰였다. 입구에 들어서서 고급스럽게 느껴졌던 인테리어에 잔잔히 공간을 메우며 귓가에 들리는 클래식에서 이미 분위기로 반은 먹고 들어간 것 같았다.

크기변환_회전_KakaoTalk_20190810_165928451.jpg

점심이 늦기도 했고, 배도 고프기도 했고, 해장은 더더욱 급했기에 근접샷을 찍을 생각도 못 하고 국자를 들어 앞접시에 물회를 옮기기 바빴다.

육수가 보이지 않을 정도로 푸짐했다. 횟감은 광어, 가자미, 방어가 들어간 듯했고, 전복, 해삼, 멍게, 날치알이 그 위에 올려졌다. 비비기가 힘들 정도로 횟감이 풍성했다.

밥과, 소면을 반반으로 내어준 점이 특히 마음에 들었다. 밥을 말아먹는 것을 더 선호하지만, 소면을 호로록 당겨먹는 재미도 느낄 수 있어 좋았다. 톳무침과 젓갈, 김치 등 반찬도 물회와 그런대로 잘 어울렸다.

크기변환_회전_KakaoTalk_20190810_165928892.jpg

입에다 물회 한 숟가락 담고, 눈으로 속초 바다를 담았다. 클래식이 자연스레 귀에 담겼다. 오독오독 씹히는 전복의 식감과, 향긋하게 올라오는 멍게의 향이 코에 담기며 오감이 완성됐다.

42,000원의 값어치를 제대로 느낄 수 있었다. 만족!

크기변환_KakaoTalk_20190810_165929773.jpg

기둥을 조금 더 안쪽에 넣었다면 더 완벽한 창가가 됐을 것 같은 느낌.

크기변환_KakaoTalk_20190810_165929620.jpg

크기변환_KakaoTalk_20190810_165929232.jpg

선선한 날씨에 온다면 식후에 일광욕을 하기에도 좋을 듯.

말복에 중복에 먹었던 걸 다시 꺼내보니 또 먹고 싶어진다. 한 번쯤은 방문해도 좋을 곳이었다. 찾아보니 전국에 분점들도 많이 있는 듯하니 가보셔도 좋을듯하네요!

Authors get paid when people like you upvote their post.
If you enjoyed what you read here, create your account today and start earning FREE STEEM!
Sort Order:  

정말 신선한 해산물이 풍부하네요 ~ 너무 맛나겠어요

네 횟감이 풍부해서 맛있게 잘 먹고 왔습니다 : )

banner-steemit-comment-light-v3.png

내가 소개하는 이번 주 맛집 콘테스트에 참가하셨군요. 사진 - 예쁨. 음식 - 맛있어 보임. 총평 - 가보고 싶음! 이 정도면 콘테스트에서 우승을 노릴 수도 있겠는데요? @eternalight님의 우승을 바라며, 보팅을 두고 가요. 행운을 빌어요!

감사합니다! : )

  ·  5 years ago (edited)

캬, 맛담 수첩 좋네요 !

여기가 속초에서 유명한 물회집 중 하나로 알고 있습니다^^ ㅎ

네 찾아보니 그런 것 같았어요!

생각보다 기대 이상이었던 것 같습니다. : )

어쩐지 화려한 물회라 생각했는데, 비싼 거네요.^^

가격이 조금 부담스럽기는 했는데 다 먹고나니 가격만큼의 만족감을 주는 물회였어요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