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큰 이코노미 풀어내기] 7. 블록체인이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것

in tokeneconomy •  6 years ago  (edited)

토큰 이코노미 설계와 직접적으로 연관이 되지는 않지만 토큰 이코노미 설계자들이 꼭 알아야 하는 것들이 있다. 그 중에서도 매우 중요하지만 그 특성상 이해하기 쉽지 않은 요소인 On-chain과 Off-chain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자. 온체인은 블록체인 위에서 일어나는 활동들을 통칭하는 표현이며, 오프체인은 블록체인 외의 영역, 예를 들어 운영사 서버 같은 곳에서 일어나는 활동들을 의미한다. 이 두 가지는 작동 방식이나 비용, 효율성 등에서 완전히 다른 종류의 활동이기 때문에 토큰 이코노미 설계자들은 그 차이점과 장단점을 명확히 알고 있어야 정확한 설계를 할 수 있다.

블록체인에 기록되는 모든 거래나 활동은 온체인으로 분류할 수 있다. 블록체인에 기록된다는 특성 때문에 온체인이 갖는 가장 큰 특성은 불가역성이다. 즉, 한번 기록하면 블록체인 자체가 사라지기 전에는 영원히 지워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어떻게 보면 반영구적으로 보존된다는 장점이 있겠지만, 개인정보와 같은 민감한 데이터가 블록체인에 기록된다면 치명적인 실수일 것이다. 블록체인은 누구나 읽을 수 있기에 온체인에 올라오는 정보는 신중히 선택해야 하며, 만약 선별적인 공개를 원할 경우에는 따로 암호화해서 올려야만 한다.

온체인 활동은 여러 제약 사항들 또한 가지고 있다. 먼저 수수료가 존재한다는 점이다. 분권화 데이터베이스인 블록체인에서는 모든 활동에 대한 비용을 각자가 부담하게 되어있다. 따라서 모든 온체인 활동에는 수수료가 수반된다. 이용자에게든 토큰 생태계 운영자에게든 수수료는 많아봤자 좋을 게 없는 존재이기에 불필요한 온체인 활동은 가능한 제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또한 모든 온체인 활동의 전파속도는 블록체인의 블록타임(블록을 하나 만드는데 걸리는 시간)에 종속된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물론 여기에서 전파(broadcast)와 확인(confirm)은 구분되어야 하겠지만, 컨펌이 없는 단순 전파는 종종 발생하는 가벼운 포크(fork)나 의도적인 방법 때문에 취소가 가능하기에 안정적인 토큰 이코노미를 위해서는 컨펌이 수반된 블록타임이 기준이 되어야 한다. 구체적으로 말해보자면 블록타임이 1분인 블록체인에서는 실시간이라는 최소 단위가 1분이기 때문에 1분보다 빠른 빈도로 발생하는 활동은 온체인으로 담아낼 수 없는 것이다. 이와 더불어 초당 거래시간(TPS, Transactions Per Second)으로 대변되는 확장성도 함께 고려되어야 한다. 다행히 최근에는 TPS가 높은 블록체인들이 점차 개발되고 있기 때문에 이에 대한 고민은 조금씩 줄고 있는 추세이다.

온체인 활동을 조금만 더 자세히 살펴보면 거래의 종류별로 수수료가 달라지기도 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 이유는 온체인 활동에 소모되는 블록체인의 자원이 각기 다르기 때문이다. 어떤 활동은 CPU를 더 필요로 하며, 어떤 활동은 RAM을 더 필요로 한다. 또 어떤 활동은 저장장치를 소모하고, 어떤 활동은 네트워크 데이터를 소모한다. 이것들이 각각 다르고 RAM과 같은 자원의 가격은 다른 것보다 훨씬 비싸기 때문에 토큰 이코노미 설계자들은 이런 부분에 있어서 개발자들과 긴밀한 협의를 하면서 이에 대한 이해도를 높여가야만 한다. 예를 들어 Graph Analysis와 같이 컴퓨팅 자원을 상당히 많이 먹는 계산은 온체인으로 할 경우 비용이 매우 커지기 때문에 이를 상회하는 효용이 없다면 오프체인으로 돌리는 것이 바람직하다.

여기에서는 자세히 다루지 않겠지만 온체인 활동은 한번 더 분류가 될 수 있는데, 하나는 Consensus 활동이고, 다른 하나는 Non-consensus 활동이다. 컨센서스 활동이란 블록체인의 핵심이 되는 활동이며, 이것이 빠질 경우 블록체인의 정합성은 깨어지게 된다. 즉 완전히 다른 블록체인으로 취급을 받는다는 것이다. 하지만 비컨센서스 활동은 없어도 그만인 블록체인 기록이다. 즉, 비컨센서스는 블록체인에 기록되어 있어서 누구나 다 볼 수 있지만, 블록체인 네트워크 내에서 따로 검증을 하지는 않는 부록과도 같은 존재인 것이다.

오프체인 활동은 온체인과는 달리 제약 사항들이 거의 없다. 수수료도 없고 속도도 빠르며 처리량도 많다. 물론 이는 서버 운영자가 부담하는 것이기 때문이지만 사용자 입장에서는 무료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이며, 실제 거래당 비용도 온체인 활동에 비해 미미한 수준이다. 하지만 오프체인 활동의 가장 큰 단점은 완전히 믿을 수 없다는 점이다. 우리는 운영사의 서버 내부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알 수 없으며, 어떠한 검증도 불가능하다. 그렇기 때문에 오프체인 활동에는 일정 수준 이상의 신뢰가 전제되어야 하며, 고의든 실수든간에 이 신뢰가 깨질 경우 큰 타격을 입을 수 있다.

토큰 이코노미 설계자 입장에서 온체인과 오프체인을 적절히 쓰는 것은 토큰 이코노미의 사용성과 생태계에 대한 사람들의 기대와 믿음을 적절히 조화롭게 만족시키기 위해서이다. 불필요한 온체인 활동이 많다면 사용성이 떨어질 것이고, 오프체인이 지나치게 많다면 사람들의 믿음이 떨어지고 왜 블록체인을 써야 하는지 의문이 제기될 것이다. 이 둘을 섞는 방법에 대한 몇 가지 예는 다음 주제인 하이브리드 모델에서 다루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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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팀잇 사용자 입장에서 수수료를 부담하는 온체인 활동에는 어떤 것이 있나요?

스팀은 대역폭 사용 모델이기 때문에 수수료가 없습니다

댓글 고마워요. 그런데 아래의 댓글 포함해서 그 내용을 얼추 짐작할 뿐 자세히는 모르겠네요. 어쨌든 별도의 수수료 등의 부담은 없다는 것으로 이해할게요.

여기에서 갖게 되는 의문 하나. 스팀이나 스팀달러를 실생활에서 쓰는 것은 애초부터 설계되어 있지 않았나요?

게임의 모든 데이터를 온체인에 담는 것은 속도 저하와 자원 낭비의 문제를 동반하는 것 같더라구요.

스팀의 RAM은 대역폭에 포함되어 있는게 맞죠? SMT후에는 RAM 이 이오스처럼 따로 분리되나요?

Resource Credit 이라는 것으로 따로 계산합니다. 스팀에서 활동할 수 있는 종류는 정해져 있기 때문에 각각 미리 계산해두는 듯 하네요.

잘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

온체인과 오프체인의 적절한 조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