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억

2021.03.08.

사업을 시작한 친구, 100억 100억 노래를 불렀는데 진짜 생각보다 금방 꿈을 이루겠다고 전화가 왔다. 나에게 계좌를 보여주는데, 카톡 알람이 떠서 내가 직접 보면 놀랄것 같다고 보기 전에 지워달라고 했다 ㅋㅋㅋㅋㅋ

친구는 내가 자기와 같이 일하기를 바라는데, 내가 그 친구네 회사에 뭔 도움이 될 지 몰라서 계속 빼고 있다. 솔직히 친구네 회사에 들어가서 잘할 자신이 없다. 나름 이론적인 것들, 수학적인 것들을 해와서 그것들에는 어느정도 자신이 있긴 한데, 실제로 돈을 벌고 코딩을 하고 테스트를 하고 이런 것들은 지금의 나에게 자신 없는 것들이 되어 버렸다. 같이 일하고 있는 친구들은 컴퓨터 공학 전문가들인데 나는 컴퓨터와 담을 넘고 산지가 너무 오래됬고, 여줍짢는 말이나 들어놓는 학문을 전공했지 실용과는 너무나 동떨어져 있는 것들을 공부한 나로써는 괴리감이 너무나 멀다.

친구가 자신의 성공과 또 최근의 이사와 안 좋았던 일들을 이야기 하는데, 친구도 자신의 성공에 놀랐고 흥분했는지 나도 덩달아 흥분했고 그 흥분이 아직도 가라앉지 않았다. 내 친구의 성공에도 이렇게 흥분했는데 그게 내 성공이 된다면 장난 아닐듯 ㅋㅋㅋㅋ (지금도 내 정신을 제대로 잡을 수 없는데 내 정신을, 마음가짐을 잘 잡을 수 있을까?) 한달 새에 400프로면 4배 ㅋㅋㅋㅋ

진짜 친구가 전문가이긴 하나 보다. 내가 현재 이사하고 남은 여윳돈을 가지고 적금을 들까 주식형 펀드를 들까 고민중이라고 하니까 뭐하러 그런걸 하냐고 자신이 전문가인데 자신한테 맡기라고 말한다. 친구가 힘들게 투자하고 프로그램 만들고 테스트 하고 그런걸 알기에, 어떻게 그걸 그냥 무임승차하냐고 묻자, 나에게 무임승차해도 된다고 말하는데... 나를 이렇게까지 믿고 또 아껴주는 친구가 있긴 하나보다. 정말 고맙다. 지갑이면 핸드폰이면 경제적인 선물도 선물이지만 내가 지금 하고 있는 일들에 대해 예전부터 응원해주는 그런 친구라 친구의 성공이 더 자랑스럽다.

친구는 나를 고용한 비용이 매몰비용이 되도 좋다고 안되면 서울 올라와서 파트타임으로라도 같이 하고 1년 같이 하고 다시 업계로 돌아가도 되지 않냐고 말한다. 나는 언제나 그렇듯이 내가 도움 줄 수 있는 부분이 있으면 도움을 주고 싶다고 답한다. 같이 Asset pricing 을 공부한것도, 또 알고리즘 연구회에 참여하여 가능한 여러 질문들을 하고자 한 것도 내 입장에서는 내가 친구에게 나름의 도움을 주고 또 나도 배우고 싶은 욕구에서 시작된 것이다. 친구는 자기네들의 fundamental 을 확보하고 싶다고 거기에 내가 도움을 줄 수 있고, 이런 쪽에 관심이 있는 아는 사람들을 소개시켜 줘도 된다고 한다.

오호 생각해보면 내가 지금처럼 이렇게 지방으로 파견 온 것도 새 상사가 내 능력을 믿어줘서 온 거긴 한데.... 삼성 연구소 추천도 그렇고 막막하고 답답하긴 하지만 (지금도 여전히 그렇다) 그래도 지금까지 살아온 내 인생 헛살지는 않았나 보다.

월급도 적어서 사실상 백수랑 마찬가지였는데 파견 오면서 그래도 어떻게 경제적으로는 나아지긴 했다. 그래도 친구나 가족들이 있는 서울로 하루빨리 올라가고 싶긴 한데... 출근하는 첫날에 이런 생각을 하는 것도 웃기긴 하다. 물론 물리적으로 출근하는 거지 그 전부터 일은 하고 있었지만 말이다.

아무튼 축하한다 친구야.... 너가 알려준 대로 투자 했으면 지금 나도 큰 돈을 만졌겠지만 나는 안목이 없어서 그러지 못했다. 그래 너 믿고 나도 무임승차 조금 해볼께. 고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