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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서는 아직 많이 주목을 받지 못 하고 있는 현상인데, 외신에서는 심심하면 다루는 주제가 "IT 플랫폼 기업의 과감한 기업사냥" 이다. 특히 FT에서는 이들이 이미 골드만삭스, JPM 등 기존 IB 공룡의 투자 역량까지도 훌쩍 넘어선 젊은 패기의 신흥 강호로 떠오르고 있음을 강조한 기획 기사를 낸 적도 있다. 물론 우리나라의 플랫폼 기업들 역시 내부적으로 투자팀을 구축하고 신사업 투자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Conditions of Investment
그렇다면 왜 이런 현상이 가능한 것일까? 왜 세계적인 대기업인 삼성전자나 현대차보다, 이제 겨우 대기업집단의 말석에 끼어든 네이버나 카카오가 더 활발한 투자가 가능한 것일까? 이는 우리가 재무제표의 숫자 몇 가지만 챙겨 보면 아주 간단하게 파악할 수 있다. 기본적으로 과거에 우리나라 경제를 떠받쳐 오던 기업들과, 최근 신예로 떠오른 기업들의 위험구조 자체가 다르기 때문이다.
아래 표는 우리나라의 IT플랫폼 및 게임/제조업/금융업 중 가장 규모가 큰 회사들의 2018년도 1분기 분기보고서 재무정보를 가져온 것이다. (NXC의 경우 비상장사이므로 17년도말 감사보고서를 인용했다.) 이 표를 보게 되면, IT플랫폼 기업들의 뚜렷한 재무적 특징 세 가지를 알아낼 수 있다. 바로 아래와 같다.
총자산 대비 현금 비중이 20~25% 이상으로 상당히 높다.
총자산 대비 무형자산 비중이 15~30% 이상으로 높다.
부채비율이 비교적 낮은 편이다.
마진율이 제조업 대비 상당히 높은 편이다.
Source : DART |
Risk Capacity
IT플랫폼 기업들의 이러한 특징은 기업이 재무적으로 더 큰 위험수용능력(Risk Capacity) 를 보유하게끔 만든다. 기본적으로 총자산 중 부채의 비율이 낮고, 순자산 중에 현찰의 비중이 높다는 것은 해당 기업이 갚아 나가야 할 돈 대비 실전에서 쓸 수 있는 총알의 양이 한참 더 풍부하다는 것이다. 즉 이 '총알' 들이 모두 스타트업이나 신사업에 투자할 재원이 되는 것이다.
게다가 한 번 플랫폼을 구축해 놓으면 그 위에 어플리케이션을 탑재하기만 하면 되는 특성상, IT 플랫폼 기업들은 신규 사업에 투자할 때 제조업체보다 더 강력한 범용성을 발휘할 수 있다. 카카오가 처음에는 단순히 '무료 문자메세지' 기능만으로 시작했으나, 지금 우리는 카카오톡을 이용하여 게임에도 접속하고 음악도 공유하며, 심지어는 간단한 물건 구매 행위도 할 수 있다. 카카오톡 혼자서 넥슨, G마켓, 멜론의 역할을 모두 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나중에는 이러한 기업들이 결국 GDP의 한 구성 요소이기도 한 '투자' 의 정의를 아예 바꾸게 될 것이다. 특히 저들이 스스로도 많이 가지고 있으며 주로 투자하는 대상은 이제 더 이상 공장의 건설과 라인의 증설, 장비의 도입이 아닌 무형자산이다. 아직 이들은 삼성전자나 현대차, POSCO 등에 비해 역사도 오래 되지 않았고 절대적인 덩치가 작아 눈에 잘 띄지 않을 뿐이다. 그러나 자본주의의 중심은 느리지만 움직이고 있으며, 결국은 이러한 기업들이 중심에 서게 될 것이다.
Finance has Fallen
반면에 금융기업들의 경우 빠르게 이러한 투자의 중심에서 밀려나게 될 것이다. 기본적으로 거의 대부분의 자산이 고객의 예치금으로 이루어진 금융업의 특성상 얼마 되지 않는 고유계정 자산을 과감하게 IT플랫폼 기업들처럼 투자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게다가 뿌리깊은 금산분리의 관념은 산업의 금융자본 점유는 물론이고 그 반대의 경우도 반드시 Block 하게 될 것이다. 항상 금융위와 금감원에게 전향적인 태도가 요구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