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등급을 대하는 우리의 자세 :: 아직도 가야할 길은 멀다

in tooza •  7 years ago  (edited)

Weiss Ratings의 가상화폐 신용등급 발표 후, 전공을 살펴 몇가지 글을 써보았습니다.
감사하게도 많은 분들이 호응해주셨습니다. 도움되었다, 감사하다는 댓글을 남겨주셔서 저야말로 감사했습니다.

직전 글 살펴보기

신용평가업계 관계자의 소고 :: 가상화폐를 평가한 Weiss Ratings는 어떤 회사인가?
가상화폐 신용평가를 해명(?)합니다 :: Weiss Ratings 평가담당자의 포스팅
Weiss Ratings의 평가 기준은 적절한가? :: 평가방법론 살펴보기

사실 글을 쓰다가, 너무 어려운 글이 아닐까 생각이 들더군요. 그래서 Q&A 형식의 글을 급하게 작성해서 포스팅했었습니다.

가상화폐 신용평가 Q&A :: 신용평가 애널리스트가 답해드립니다.

하락세가 분명하게 나타나고 있었고, 혹시나, 신용평가등급이 소음으로 작용하지는 않을까하는 노파심에 서둘러서 작성을 했었습니다.

한편, Weiss Ratings는 자신들이 C+로 평가한 비트코인의 폭락에 대해서 코멘트를 내놓았습니다. 자신들이 비트코인을 C+ 줬을 때, 많은 사람들이 분개했다. 그러나 지금 이렇게 폭락하고 있지 않느냐. 결국 자신들이 평가를 잘했다는 것이지요.

저는 약간 생각이 다릅니다. 그렇다면 리플은요? 스팀은요? 하락률이 비트코인에 비해서 낮은 수준인가요? 저는 Weiss Ratings의 이 코멘트에 적잖게 실망했습니다.

이야기가 잠깐 딴데로 새었네요.

어제의 Q&A 글을 읽으신 분이라면, 굳이 이 글을 읽으실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 솔직히 말하면, 이왕 쓴 글을 버리기는 아깝고해서, 조금 더 다듬어서 포스팅합니다.ㅎㅎ

신용평가 제도에 대해서 궁금하신 분들은 간단하게 훑어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이 글은 신용평가 신용평가에 대한 오해(?)를 해소하고, 투자자 혹은 단순 정보이용자로서 가상화폐 신용평가를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를 설명하는 것으로 진행할까 합니다.

1. Weiss Ratings의 가상화폐 신용평가는 신용평가가 아닙니다

제가 붙인 소제목에 다들 의아하실지도 모르겠습니다. 결론을 말씀드리면, Weiss Ratings의 신용평가는 신용평가의 평가툴을 적용하고 있을 뿐이지, 엄밀한 의미에서 신용평가가 아닙니다.

제가 이렇게 판단을 내리는 데에는 2가지가 있습니다.

첫째, 신용등급은 '채무' 상환능력입니다.

신용평가의 정의는 "기업의 특정 유가증권의 원리금 상환 확실성 또는 발행자의 채무 상환능력을 신용등급을 표시하여 이해관계자 및 일반인에게 공시하는 것(신용평가의 이해와 활용, 한국기업평가(주)지음)"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신용등급은 발행자의 채무상환능력을 의미하고, 발행자의 채무(회사채, 기업어음 등)와 관련성이 높습니다. 이런 개념 체계 하에서는 주식은 신용등급 부여 대상이 아닙니다. 주식은 증권에 기재된 금액을 돌려받는 권리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가상화폐는 회사채와는 달리, 누군가에게 돈을 청구할 수 있는 권리가 있는 것이 아닙니다. 투자금을 회수하기 위해서는 다른 투자자에게 매도하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습니다.

'신용'은 말그대로 누군가에게 돈을 빌릴 수 있는 능력을 말합니다. 가상화폐에 신용이라는 개념을 적용시키기는 어렵습니다. 가상화폐를 "담보"로 돈을 빌릴 수는 있겠지만요.

물론, 최근에는 신용평가가 평가 영역을 넓혀서, 펀드 등을 평가하고 있긴 합니다. 하지만, 펀드신용평가도 펀드에 내재된 신용위험을 평가하는 수준일 뿐입니다.

둘째, 신용등급은 부도율로 말해야 합니다.

신용평가의 정의에 나오는 '채무 상환 가능성'을 뒤집어 말하면 '부도 가능성'이 됩니다. 신용등급으로 상징되는 알파벳에는 부도율 개념을 내포하고 있습니다. 정보이용자는 '통계적으로 A등급이면 3년내 부도 예상율이 0.41%이구나'라고 추정할 수 있습니다.

Weiss Ratings의 신용등급은 편의상 부여한 알파벳에 불과하고, 투기와 투자등급 간의 구분도 명확한 기준이 없습니다. 게다가 가상화폐는 부도라는 개념이 적용될 수 없다는 점에서 신용평가 개념을 적용하기가 어려워 집니다.

Weiss Ratings의 평가결과를 번역하는 과정에서 오해가 발생했다고 생각합니다.

통상적으로 신용평가업계에서는 Rating은 신용등급 평가를 의미하긴 합니다만, 정확한 표현은 Credit Rating(신용등급)입니다. 그러나 Weiss Ratings의 보고서에는 Credit Rating이 아닌 "Cryptocurrency Ratings(암호화폐 등급)"라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언론사들이 '신용등급'으로 번역해서 기사화하다보니, 오해가 시작된듯 합니다.


2. Weiss Ratings의 가상화폐 등급은 투자분석 등급이다!

제가 1번 소제목을 길게 서술했지만, 이 글을 읽으시는 대부분은 "그래서 뭐?"라는 생각이 들 것 같습니다.

일반적인 정보 이용자가 이해하는 신용평가와 전문가들이 바라보는 신용평가간에는 큰 괴리가 있기 때문입니다.

저희가 이해하는 신용평가는 위에서 서술한 바와 같습니다. 하지만, 일반적으로는 "신용평가 = 투자분석" 정도로 이해되고 있습니다.

Weiss Ratings와 이후에 다른 평가기관을 통해 제시될 가상화폐 등급은 모두 '투자분석 등급'일 것입니다.

투자분석 등급이 현재 코인 가격을 설명하는 것이 아닙니다.

투자자들은 투자분석 등급 결과를 현 가격을 지지하는 근거로, 혹은 올라갈 근거로 판단해서는 안됩니다. 가상화폐 등급은 증권사 리서치 보고서에 제시된 목표주가보다 가격설명력이 떨어집니다.

가상화폐 평가에 사용된 지표들과 가상화폐 가치와의 상관관계가 검증되지 않았기 때문에 더욱 그렇습니다. 평가지표로 사용되는 거래량을 봅시다. 거래량이 많으면 가치가 높은 걸까요? 저는 조금 회의적입니다.

기업의 신용등급도 기업 가치를 반영하지 않습니다. AAA급 회사가 A급 회사보다 높은 기업가치를 가졌다고 볼 수 없습니다.

등급은 비교대상간 분석, 시계열 분석에 의의를 두는게 좋습니다.

동일한 기준 아래 다양한 종류의 가상화폐가 평가되었기 때문에, 비교대상간 분석에는 용이할 수 있습니다.

해당 가상화폐의 시계열 분석을 통해, 어떻게 등급이 변화되고 있는지를 추적 모니터링하는 것도 투자 판단에 도움될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등급만 보시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등급을 결정하는 세부 지표들도 같이보세요.

그러나, Weiss Ratings에서 가상화폐 평가에 대한 구체적인 리포트를 제공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등급만 볼 수 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정보이용자로서는 조금 아쉬운 부분이지요.


3. 평가의 적정성에 대해서도 꾸준히 지켜봐야 할 것.

2008년은 글로벌 신용평가기관에게 아주 곤욕스러운 해였습니다. 자신들이 우수한 등급으로 평가한 RMBS(주택저당채권)에서 대규모 부실이 발생하면서, 부실 평가 논란이 일었기 때문입니다. 이들의 부실 평가가 세계금융위기의 단초가 되었다는 뼈아픈 지적도 있습니다.

한국에서는 2013년 '동양 사태'라는 이름으로 비슷한 일이 벌어졌습니다. 국내 신용평가기관들은 동양이 발행한 기업어음(CP)에 투자등급을 부여했으나, 얼마 지나지 않아 동양그룹이 부실화되면서 다수의 투자자들이 피해를 입었습니다. 이후로, 규제 당국은 신용평가기관에 대한 규제를 대폭 강화하였습니다.

최근에는 신용평가기관의 신용평가 적정성에 대한 감시와 규제가 매우 높은 수준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긴장의 끈을 놓칠 수는 없습니다. 부도를 예상하고 추정하는 것은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아마, 이 때의 기억을 떠올리면, 기존의 신용평가기관들은 가상화폐 평가에 눈길도 주지 않을 듯합니다. 굳이 위험을 감수할 이유가 없지요.

(1) 제3자 의뢰 평가의 한계 - 투명성

공시되지 않는 정보는 투명성이 저하시킬 뿐입니다.

Weiss Ratings의 평가는 전형적인 제3자 의뢰 평가입니다. 발행자(가상화폐에서는 개발자)가 직접 평가를 요청한 것이 아니라, 투자자의 요구에 의해서 평가하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보니, 신용평가 결과 정보가 충분히 공유되지 않고 있습니다. 정보이용자에게 과금을 유도하기 위해서 입니다.

그러나 신용평가의 공공성을 감안한다면(시장에 대한 영향력 등) 정보 공개는 필수적입니다. 상세한 리포트는 유료 사용자에게만 공개하더라도, 평가방법와 주요 평정 요지 정도는 공개가 되어야합니다.

새어나오는 정보로는 시장에 왜곡된 신호를 줄 뿐이기 때문입니다. 오죽하면, 신용평가의 정의에 '공시한다'라는 말이 포함되어 있을까요.

(2) 평가기관은 누가 감시하나? - 독립성

Weiss Ratings가 뜨자, 곧바로 그들의 정체를 궁금해하는 기사와 글들이 나타나기 시작했습니다. 저는 Weiss Ratings가 ECAI(외부 적격신용평가기관)이 아니라는 측면에서, 신용평가기관의 권위에 의문을 제기했구요.

다른 분께서는 과거 Weiss Ratings가 미국 SEC로부터 제재를 받은 사실을 들어, 그들의 투명성에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습니다. 비록 그룹 내 다른 회사가 받은 제재이긴했지만요. 평가기관에 대한 적격성에 대한 의구심은 해소되지 않을 것 같습니다.

특히, 독립성은 신용평가 기관이 가장 유의해야할 덕목입니다.

  • 만약, 신용평가 담당자가 평가 대상 증권을 보유하고 있다면?

간혹 농담으로 Weiss Ratings 담당자가 '스팀'을 가지고 있는거 아니냐고 말씀하시지만, 현행 신용평가 감독규정에 따르면 처벌감입니다.

이 부분은 아주 엄격하게 통제되고 있구요. 본인 뿐만 아니라 직계비속, 배우자의 증권 보유 내역을 분기별로 신고하게 되어 있습니다.

Weiss Ratings 담당자도 이런 내부 검증절차가 있을까요? 알 수 없는 노릇이지요.

감독주체가 없다

2008년 이후 주요 국가들의 금융당국들은 신용평가기관들은 감독하고 있습니다. Weiss Ratings 역시 감독대상입니다. 그러나 가상화폐는 US SEC의 감독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가상화폐 신용평가까지 감독하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감시받지 않는 평가기관을 끝까지 믿을 수 있을까요?


4. 나가며

평가기관, 평가방법론, 신용평가제도에 대해서 3부작에 걸쳐서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짧게 끝날 수도 있었는데, 많은 분들이 반응해주셔서, 최대한 상세하게 작성을 해보았습니다.

신용평가업은 흔하지는 않은 업종입니다.

흔히들 개인 신용평가와 기업 신용평가를 혼동하시기도 합니다. 개인 신용평가는 '신용정보기관'에서 업무를 수행하고, 기업 신용평가는 '신용평가기관'에서 수행합니다. 기업 신용평가기관은 인가절차도 필요하고, 사후 관리도 쉽지 않아, 국내에도 3개 기관만이 영업하고 있습니다. 때문에, 일반 투자자들에게 인지도가 떨어지는 것이 사실입니다.

이번 일을 통해서, 가상화폐 투자자들에게 신용평가업에 대한 인지도를 조금 끌어올렸다고 생각합니다. 의도치 않게 Weiss Ratings 덕을 본 셈이네요.

11월말 이후 시장이 과열되었던 것은 사실로 드러나고 있습니다. 비트코인은 800~1000만원 대에서 조정을 받아가며, 다음 스텝을 밟게 될 것 같습니다. 다음 스텝이 어떨지는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저도 조금 더 공부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신용평가에 대한 내용은 Weiss Ratings의 평가 업데이트나 코멘트가 있을 때마다 업데이트하도록 하겠습니다.

감사드리며, 좋은 주말 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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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좋은 글입니다. 산업에 이해가 깊으신 분이 요목조목 설명 잘해주시니 이해가 쏙쏙 되네요 @홍보해

도움되셨다니 다행입니다ㅎㅎ 감사합니다!

@subijung01님 안녕하세요. 개대리 입니다. @joeuhw님이 이 글을 너무 좋아하셔서, 저에게 홍보를 부탁 하셨습니다. 이 글은 @krguidedog에 의하여 리스팀 되었으며, 가이드독 서포터들로부터 보팅을 받으셨습니다. 축하드립니다!

좋은글 감사합니다 도움이 많이 되었어요.

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