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너에게 쓰는 편지 1

2023-12-17 10:39

닿지 않을 편지를 종종 써보려 한다

어디부터 시작하면 좋을까
나에게 종종 써주던 편지가 생각난다

언젠가 나에게 써준 편지에는
'시상을 떠올리게 하는 사람, 그리고는 다시 그 초라한 글귀를 가슴에 묻게 하는 사람'
이라고 써주었지

그 말이 어딘가 쓸쓸하면서도 내 마음속에도 작고 따뜻한 등불처럼 피어올라서
오래 오래 남았다
너는 지금도 나를 떠올리나
여전히 나를 떠올리면 시상이 떠오르는가
날카로운 몇 개의 단어들로 남아 끝내 그저 꿀꺽 삼켜버려야만 하는 것이 아닐지
나는 너를 떠올리며 이리 마음이 아프다

커지는 사랑을 조각 내어 내 사랑의 조각을 내 일부를 너에게 나눠주고 싶다 생각했는데
나는 아직도 미숙해 그 사랑의 조각으로 너를 베었나

당신의 마음 보다 내 기분이 더 중요하다며 소리 내어 우는 내 앞에서
네 마음은 삼켜가며 나를 달랬을 너를 생각한다
너를, 너를 생각한다

아이러니하게도 사랑한다 수없이 껴안고 함께 할 때보다도
더 많이 너를 생각하고 떠올리고 내 머릿속에서 마음속에서
네가 했던 수많은 몸짓과 말들을 떠올리고 어떤 마음이었나 헤아려본다

수 없는 사포 질로 더 이상 너에게 상처 낼 수 없도록
내 조각을 깎아낸다

다 자라지 못한 어른 아이인 나를 내가 혼내고, 달래고 그렇게
스스로 성장해보려 한다

아프지 않기를, 당신이 고민하는 매 순간이 쓸쓸하지 않기를 바래본다
나는 빨지 못한 당신 자리 베개에 옷깃에 아직 떠나지 못한 당신 냄새로 달래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