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다시 꼭 만날 거야
다시 만나는 날 너는 앳되고 밝은 얼굴을 하고
신발도 신지 않은 채 제일 먼저 달려와 나를 반겨줄 거야
먼 길을 돌아온 나에게 일단은 들어와 뭘 좀 먹으라고
맛있는 음식들을 원 없이 퍼주며 너의 옆에 날 앉힌 뒤
항상 그랬듯 말없이 그저 내가 먹는 모습을 지켜볼 거야
나에게 부담을 주고 싶지 않아서
너의 이야기도 너가 궁금할 다른 이의 이야기도 최대한 피하다가
일단은 내가 흘린 눈물과 느낀 고통
그리고 내가 그곳에 있는 이유부터 나무랄 거야
나는 되려 너의 꾸지람을 듣기 싫어 대화를 피할 거고
다른 생각은 뒤로하고 일단은 나란히 누워 서로를 부둥켜안고 있다가
밀린 수다를 떠느라 정신이 없을 거야
너 없는 사이에 생긴 일들을 이야기하는 데만 며칠을 새고
너도 나에게 미처 해주지 못했던 말들을 하는 데 또 며칠이 지날 거야
우린 하염없는 시간을 탓하며 남은 이들을 그리워할 테지만
혼자가 아닌 둘이라 다행이라며
최대한 오랜 시간이 걸려 그들이 오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둘이서 재밌게 하루하루를 보내며 살 거야
나는 너에게 배구를 배울 거야
너랑 둘이 하던 그때가 제일 행복했었으니까
너는 나에게 하고팠던 공부들을 배우겠지
영어도 좋아
티격태격하면서도 우린 꾸준히 잘 해낼 거야
그렇게 매일을 서로에게 쏟을 거야
우리의 얼굴은 별반 다름이 없을 거야
다른 애들은 주름도 생기고 다소 늙은 얼굴로 나타나겠지만
우리는 가장 예뻤던 그 모습
청춘 그대로일 거야
다시 만날 날을 생각하니
벌써 두근거려
2019.06.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