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흰무늬달개비(트라데스칸티아)>
과천을 수없이 오가며 수많은 달개비를 봤지만 달개비가 이뻐보인 적은 한번도 없었다.
삼색달개비, 얼룩자주달개비의 자주빛이 도는 진한 핑크 또는 딸기우유보다 연한 핑크와 어정쩡한 녹색의 조화는 으... 달개비에게는 미안하지만 '자연에도 엉망진창의 색조합이 탄생하는구나' 싶은 생각이 들 정도였다. 게다가 달개비 잎 특유의 반질반질한 질감은 오 마이 갓 그 촌스러운 색조합에 더해져 나에게 달개비란 기피하고 싶은 '반짝이 무대의상'과도 같았다. 여기서 한마디를 더 하면 달개비를 정말 극혐하는 사람같지만 지금은 달개비를 애지중지 키우는 입장으로서 달개비신이 용서할 것이라 생각하고 당시 달개비에 대한 나의 인상을 한마디만 더 덧붙여본다. 달개비는 화려한 잎들 사이로 꽤 튼튼하고 뻣뻣한 줄기를 가지고 있는데 이마저도 '잎도 저렇게 자기주장이 강한데 줄기까지 드세게 생겼네'라는 생각이 들게끔 해서 잎색깔, 잎질감, 줄기 이 촌스러운 삼박자는 고객의 반복적인 요청에도 내 손으로 달개비를 매장에 데려가는 일은 없게 되었다.
그러던 어느날, 달개비인지 몰라보게 사이즈만 바꿔, 그리고 색깔도 조금 바뀌어, 핑크레이디라는 아주 사랑스러운 이름을 가진 미니달개비가 등장하고 나는 그것이 내가 그토록 싫어했던 달개비인줄도 모르고 보이는대로 매장에 사다날랐다. 어느날 문득, '아 이게 그.. 달개비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을 때는 더이상 그 앙증맞은 달개비를 구할 수 없어 고객의 아쉬움을 달래주던 어느날 오후였다. 잎 크기가 일반 달개비의 약 1/10사이즈인데다 딸기우유같은 연핑크 색상의 작은 잎들이 다글다글 모여있으니 어찌나 사랑스럽던지! 여성 고객이 99프로인 매장에서 핑크 미니달개비는 그야말로 인기짱이었다. 하지만 그렇게 고객의 관심과 사랑을 한몸에 받는 인기스타였던 핑크달개비도 잘못 키우니 엄청 못생겨지긴 했다. 한날 고객이 카운터에서 울상으로 내게 내민 달개비는 내가 알던 귀여운 스타, 미니달개비가 아니었다. 햇빛이 부족해 웃자라서 줄기만 엄청 길어지고 이빨 빠진 듯 잎은 듬성 듬성 달려있었다. 허전하고 길다란 줄기 끝에 겨우 새순이 맺힌 달개비는 마치 '살려주..세...ㅇ'하고 죽어버리기 직전 응급실 자동문 앞에 도착한 영화 주인공 같았다. 흐음... 역시 영원히 이쁜 식물은 없는 것인가.... 처음부터 안이쁘거나, 이쁘다가 안이뻐지거나... 처음부터 이쁘다가 이쁜 식물은 없는 것인가.. 잠시 고뇌에 빠졌지만 관리자의 문제라 결론 짓고 이쯤에서 달개비에 대한 추억을 마무리 짓겠다.
<흰무늬달개비(트라데스칸티아)>
내가 지금 키우고 있는 달개비는 흰줄무늬달개비인데 내가 극혐하던 색상도 아니고 크기도 적당한게 당근마켓에 1,500원이라는 매력적인 가격에 저러한 반반무늬 자태를 뽐내며 올라와 있으니 들이지 않을 수가 없었다. 냉큼 데려와서 나의 사랑을 독차지하고 있다. 희귀하고 비싸고 그런거 다 저링니ㅏㅕㅅ가.... 키우기 쉬운게 장땡이야
흰무늬달개비
공부했어요
Downvoting a post can decrease pending rewards and make it less visible. Common reasons:
Submi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