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엔 항상 맑은 날만 있다...
'사진엔 항상 맑은 날만 있다' 어느 영화에 나오는 대사다.(이제는 오래되서 어떤 영화인지는 잊었고 강렬했던 이 대사만 남았다.) 뜻을 좀 헤아려보면, 사람들은 항상 좋은 일, 행복한 일만 기억과 추억에 남기려고 하지, 나쁜 일은 남기지 않아려고 한다는 것을 뜻하는 대사다.
마찬가지로 서로 여행경험담을 이야기할 때 사실 고생한 것, 실수한 것은 이야기 하기도 싫고 '그냥 잘 지내다 왔다'고 말하거나 좋았던 것만 말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오늘은 좀 창피했던 경험을 이야기하는 것으로 뉴욕 여행기를 남겨보려고 한다.
미국 비행기 여행은 하와이에 이어 두번째 였다. 지금은 뉴욕과 라스베이거스도 비행기로 다녀왔으니 이 곳들을 오가며 경유한 공항(달라스, 시카고, 애틀란타, 로스엔젤레스 등)까지 합쳐보면 내가 사는 곳에 있는 랄리-더럼 공항은 시설은 아주 좋은 편이지만 비교적 한산한 공항이었다.
그래서 미국에서는 비교적 '시골 공항' 이니 탑승 수속도 금방 끝나겠지하고 생각하고 여유를 부렸던게 이번 뉴욕 여행에서는 '대참사'를 불러왔던 것이다.
5분 차이로 비행기를 놓치다.
park and ride라는 공항 장기 주차장(터미널 근처의 주차빌딩에 대해 훨씬 저렴한 요금에 장기 주차를 할 수 있어 아주 유용하다.)에 차를 주차하고 터미널과 주차장을 오가는 셔틀을 타려고 정거장으로 걸어가는데 그 중간에 셔틀 버스가 2대가 지나간다.
'엇, 이거 불길한데.." 그 뒤 한참 있다가 온 셔틀버스를 타고 터미널로 향했는데, 이럴 수가. 하와이 갈때는 한산했던 수속장이 웬일인지 북적북적하는 것이 아닌가.
불길한 예감대로 보안 검색에 시간이 30분 넘게 걸렸다. 비행기 시간은 5분도 채 남지 않았다. 아내와 함께 뛰기 시작했다. 게이트까지 도착해 표를 내밀었는데.."떠...났...다..."
아내는 자기가 화장실 다녀오느라 비행기를 놓쳤다며 울상이 되었고, 한국에서도 아니고 미국에서 비행기를 놓쳐본 경험을 하게된 나도 수습을 어찌해야할지 멍해졌다.
뜻밖에 구제책이 있었다.
개인 책임을 중시하는 나라니 비행기를 놓치면 그냥 끝일 줄 알았다.(연착, 지연, 취소도 아니고 내가 늦은 것인데 누굴 탓하랴...) 그런데 뜻밖에 구제책이 있었다.
비행기가 떠났다고 냉정하게 말하던 게이트의 직원이 다른 비행기를 타고 가라며 표를 두 장 내민다. 정확히 4시간 뒤 뉴욕으로 가는 비행기였다.
이거 오늘 뉴욕에 못가면 비싼 호텔비에 항공권 날리고 손해가 막심하겠다는 생각을 하던차에 구원의 동아줄이 내려오니 정말 '신이시여..'라는 소리가 나왔다.
알고 보니 이 표는 다음 항공편에 빈 자리가 있으면 타고 갈 수 있는 표였는데, 보통 비행기를 놓치는 사람들이 다음 항공편 대기자 명단이 이름을 올려놓고 빈 자리가 나면 타고 갈 수 있는 시스템이었다. 우리는 대기자 명단 1,2위였는데 이미 빈 자리가 6개나 있어서 100% 타고 갈 수 있는 상황이라고 직원이 나를 안심시킨다. 여유롭게 다음 비행기를 기다리면 되는데...우리 부부의 고난은 끝난게 아니었다.
연착....연착....연착....
그런데 이 4시간 뒤에 우리 부부를 태워야할 비행기가 한 번 연착 되더니 계속 연착이다. 연착 된다는 소식이 들릴 때마다 게이트의 직원앞으로 길게 줄을 선다. 연착 되고 있는 비행기를 포기하고 다른 항공편에 남는 자리가 있으면 갈아타기 위해 표를 바꾸려는 사람들이다.
하지만 늦어서 비행기를 놓친 우리는 우선 순위에서 항상 밀린다. 결국 그 연착되는 비행기를 끝까지 기다리는 셈이 됐는데...오전 10시에 온다던 비행기가 오후 5시 30분을 끝으로 끝내 캔슬되어 버렸다.
또 다시 멍해지려고 하는데, 게이트 직원이 지금 탑승이 시작된 JFK 공항으로 가는 항공편에 자리가 있다며 또 다른 표를 내민다. 드디어 뉴욕을 가는구나. JFK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공항에서 대기한 지 10시간여 만이었다.
절대 해서는 안 되는 경험이지만 즐겁게 뉴욕 여행을 마치고 보니 이것도 좋은 추억(?)으로 남는다. 비행기를 놓쳐도 포기하지 말고 게이트에 잘 이야기하면 다음 비행기를 타고 올 수 있다는 교훈도 얻었고, 비행기가 연착을 거듭하면 점잖은 미국사람들도 화를 내고 따지고, 심지어 전화에 대고 욕도 한다는 사실도 알았다.
어쨌든, 랄리-더럼 공항에서 뉴욕까지는 1시간 반밖에 안 걸렸다. 이렇게 빨리 올 수 있는 곳을 공항에서 그렇게 기다렸다니...어쨌든 도착해도 저녁 7시이니 타임 스퀘어 구경을 첫날부터 시작할 수 있었다.
너무나도 반가웠던 "WELCOME TO NEW YORK!" 표지판. 하지만 대도시 공항을 가볼 때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역시 많이 낡았다는 느낌이었다. 왜 인천국제공항이 세계에서도 손꼽히는 국제 공항이 됐는지, 미국 대도시의 공항을 보니 알것 같았다.
공항에서 맨해튼까지는 택시를 타고 갔는데(한 50불 정도 요금을 예상했다.) 하지만 또 작은 사건이 생겼다. JFK공항에서 맨해튼 미드 타운 중간에는 맨해튼 브릿지가 있는데 글쎄 이 다리 위에서 화물차에 불이 붙는 화재가 일어난 것이다. 때문에 맨해튼 브릿지를 건네는 데만 40분. 결국 택시요금은 80불이 나왔다.
그냥 호텔과 호텔을 왕복하는 셔틀을 타고 올 걸(2명 기준 30불대 요금)이라는 후회가 밀려왔다. 짐도 많고 피곤해서 그냥 택시를 탔던 것인데...이런 사건사고가 있을 줄 누가 알았겠는가... 사건사고가 많은 걸 보니 역시 대도시는 대도시인가 보다란 생각이 들었다.
호텔에 체크인하고 타임 스퀘어 구경을 하러 나서면서 찍은 사진.. 비행기가 착륙할 때 끝도 없이 펼쳐친 도시를 보고 전망대에서 본 일본 도쿄 시내 모습이 떠올랐는데 역시 미국 최대 도시답다. 여행 전 좀 찾아보니 뉴욕시 인구가 800만이라는데, 그래도 인구 천만인 서울보다는 인구는 적으니 우리 서울이 정말 좁은데 모여사는 곳으론 최고다 싶었다. (뉴욕 여행기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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